2023/01/10

착하고 멍청하게 생긴 수컷 고양이

화천이가 한 달 전쯤 낳은 새끼들이 눈을 뜨고 빽빽 소리를 지르며 아장아장 기어다닌다. 원래는 하얀 새끼만 해도 여러 마리 낳았던 것 같은데 흰 고양이 한 마리, 검은 고양이 두 마리만 남았다.

새끼들이 겨우 기어다니게 되었을 즈음, 한동안 안 보였던 수컷 고양이가 다시 우리집을 찾아왔다. 어제 밤에 고양이가 내는 이상한 소리가 나서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았더니 수컷 고양이가 고양이 집 입구에서 알짱거리고 있었다. 예전에 우리 집에 자주 왔던 착하고 멍청하게 생긴 놈이었다. 작년인가 날렵하고 잘 생겼지만 나쁘게 생긴 수컷 고양이가 화천이하고 싸우다 화천이 새끼 한 마리를 물고 간 적이 있었는데, 그와 달리 착하고 멍청하게 생긴 수컷 고양이는 고양이 집 앞에서 알짱거리기나 하고 화천이를 부르는 소리나 내다가 나를 보고는 슬금슬금 도망갔다.

착하고 멍청하게 생긴 수컷 고양이는 오늘 아침에도 우리 집에 왔다. 이번에는 고양이 집 근처에는 오지도 않고 현관문 앞에서 엎드려 있었다. 나를 보고 고양이 집에 접근하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없었다고 한들 화천이나 화천이 새끼에게 크게 위협을 가했을 것 같지도 않다. 화천이도 수컷 고양이를 멀리 지켜보기만 할 뿐 별다른 경계 태세는 취하지 않았고, 화천이 새끼들도 빽빽 소리를 내며 현관문 근처를 돌아다녔다.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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