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27

멍청하지만 착한 수컷 고양이

수컷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나서 현관문 밖으로 나가 보았다. 수컷 고양이가 마당에 있는 수채구멍에 고개를 들이밀다시피하고 울어서, 나는 수컷 고양이가 암컷 고양이를 괴롭히나 싶어서 수컷 고양이를 쫓아내고 수채구멍에 대고 괜찮으니까 나오라고 말했다. 암컷 고양이가 내 목소리를 듣고 나올 줄 알았는데 나오지 않았다. 휴대전화 빛으로 수채구멍을 비추니 아무 것도 없었다. 수컷 고양이는 추우니까 수채구멍에 들어가려고 한 것 같고 들어가기 전에 안을 살폈던 모양이다.

사실, 그 수컷 고양이는 다른 들고양이들과 비교하면 착한 놈이다. 예전에 어떤 날렵하게 잘 생긴 고양이가 화천이와 싸우다 새끼를 물어간 적도 있었는데, 이 놈은 그런 놈들과 다르다. 며칠 전에 내가 밖에서 일하고 돌아와 보니까, 수컷 고양이가 마치 원래부터 이 집에 살았던 것처럼 새끼들과 놀고 있고 화천이가 그 모습을 태평하게 보고 있었다. 정황상 수컷 고양이가 새끼들의 친부인 것 같기는 하지만, 진짜 친부여도 꼭 그렇게 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 놈은 약간 멍청하게 생겼고 실제로도 좀 멍청하게 생긴 것 같기는 하지만 착한 놈인 것 같다.

수채구멍에 들어가려던 것을 괜히 방해한 것 같아서 약간 미안하기도 하고 다시 집에 들어가려는데 수컷 고양이가 나를 따라 왔다. 수컷 고양이한테 가니까 다시 뒷걸음질을 친다. 나를 그렇게 경계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꼭 1-2미터 정도 거리를 유지한다. 동료 대학원생이 길을 가다가 처음 보는 고양이가 와서 안겼다고 하며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냈는데, 우리집 근처에 사는 들고양이는 나를 꽤나 오랫동안 보고도 아직도 나를 경계하여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20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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