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 근처에서 잡목을 제거했다. 가지치기하면서 고기 구워 먹을 때 쓸만한 것들은 정리해서 몇 군데 나누어 쌓아두는데, 찔레나무 등은 땔감으로도 쓰기 어려워서 베어내면서 곧바로 태워 없앤다. 잡목을 태우는 김에 낙엽도 쓸어서 같이 태웠다. 그렇게 한참 일하는데 공기가 너무 안 좋았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태우는 것도 아니었는데 공기가 너무 안 좋아서 나는 ‘내가 나무를 너무 많이 태워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태워야 할 게 너무 많아서 하루 종일 태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서 그런 것이었다.
한참 잡목을 정리하다가 어떤 나무에 빨간 열매가 잔뜩 매달린 것을 발견했다. 처음 보는 열매였는데 맛있어 보여서 한 개를 따서 먹었다. 단맛이 났다. 몇 개 더 따먹었다. 그렇게 나무 열매를 따먹고 있는데 어느새 어머니가 내가 일하는 곳에 오셨다. 점심 먹으라고 말하려고 온 것이었는데 내가 뭘 따먹고 있으니까 어머니는 뭘 먹고 있냐고 물었다. 내가 먹고 있던 것은 어머니가 예전에 심은 구찌뽕나무의 열매였다. 구찌뽕이 당뇨에 좋다고 해서 몇 년 전에 심었는데 방치되어 나는 지금껏 집에 구찌뽕나무가 있는 줄도 몰랐다. 구찌뽕이 당뇨에 좋다고 하니, 이 나무도 내가 관리해야겠다. 집에서 나무를 관리할 사람이 사실상 나밖에 없어서 내가 관리해야 한다.
오늘 둘째 이모와 이모부가 김장하러 우리집에 오셔서 구찌뽕 열매가 한 바가지를 따서 드렸다. 셋째 이모는 당뇨이고 뭘 조금만 먹어도 금방 당이 올라가서 음식을 충분히 먹지 못해 최근에 살이 빠졌다고 들었다. 셋째 이모에게는 택배로 구찌뽕 열매를 보냈다. 나중에 구찌뽕 가지를 말려서 드리기로 했다.
(2021.11.21.)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