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7

이마에 혹이 난 화천이



화천이 다리가 다 나아서 다시 건물 밖에서 지내고 있다. 털 있는 짐승을 집 안에서 키우면 사람에게도 안 좋고 짐승에게도 안 좋다. 그렇다고 해서 화천이가 집에 아예 안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털복숭이가 없어지고 나서 화천이가 혼자가 된 후 화천이가 자꾸 집 안에 들어오려고 해서 잠깐 집 안에 있다가 나가게 해준다. 화천이도 집에 오래 있으면 또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현관문 쪽을 어슬렁거린다.

화천이는 집에 들어오고 싶으면 현관문 밖에서 야-옹 하고 부른다. 문을 열면 화천이는 후닥닥 집 안으로 들어온다. 오늘도 화천이가 현관문 밖에서 야-옹 하고 불러서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데 화천이의 행동이 평소와 약간 달랐다. 평소 같으면 후닥닥 집 안으로 뛰어들어왔을 텐데 오늘은 들어오려고 머리를 잠깐 들이밀다가 멈칫 하고는 잠시 기다렸다. 이상해서 화천이 이마를 들여다보니 혹이 나 있었다.

화천이는 밥을 충분히 주어도 꼭 하루에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온다. 그냥 동네 한 바퀴만 돌고 오면 바람도 쐬고 운동도 하니까 좋은 일인데, 가끔 다쳐서 올 때가 있다. 며칠 전에는 동네 한 바퀴 돌고 온 화천이 이마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 평소보다 상처가 약간 컸지만 가끔 있는 일이라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 보니 화천이 이마에 혹이 나 있었다. 개나 고양이와 싸워서는 혹이 날 것 같지는 않고, 혹시 사람에게서 작대기 같은 걸로 맞은 것은 아닌가 싶었다.

화천이가 맞았다면 어디에서 맞았을까. 어머니는 아무래도 옆집에서 맞은 것 같다고 하셨다. 옆집에서 주말마다 고기를 구워먹는데 화천이가 고기 냄새 맡고 가서 덤벼들었다가 한 대 맞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른 길고양이 같으면 사람을 경계하는데 화천이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위협으로 휘두른 작대기에 정통으로 맞았을 수도 있다.

어디 다른 데서 맞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옆집에 가서 다짜고짜 우리 화천이 때렸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또 옆집 할머니의 자식들도 다 간 마당이라 물어봤자 소용없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놈이 화천이를 때렸는지 모르겠는데 설사 잡는다고 해도 법치국가라서 손모가지를 어떻게 해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하여간 화천이만 안 되었다.

집에 들어온 화천이는 평소와 달리 거실에서 구석진 곳에 가서 조용히 쉬었다. 화천이 표정이 약간 침울해보였다. 침울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보던 화천이는 이내 자전거 운동기를 베게 삼아 누웠다. 평소 같으면 조금 쉬게 한 뒤 현관문 밖으로 나가게 했을 텐데, 오늘은 화천이가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냥 집 안에서 쉬게 가만히 두었다.







(2021.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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