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4

허풍의 미덕



허풍의 미덕은 호쾌함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들었을 때 가슴이 시원해지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다른 과 선생님 중에 허풍으로 유명한 분이 있다. 내가 그 분의 허풍을 흠모하여 학부 수업을 청강할까 몇 번 고민하기도 했다. 건너 건너로 그 분의 허풍을 들을 때마다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본인이 술을 잘 먹는다고 허풍 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간의 기능을 과장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 선생님은 그렇게 짜잔하게 허풍 치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저는 술을 잘 먹습니다. 간이 두 개입니다.” 당연히 사람 간은 한 개다.

이런 허풍도 있다. 교수들은 자기 제자를 유학 보내려고 추천서를 써줄 때 제자의 장점과 단점, 업적 등을 기술한다. 허풍쟁이 선생님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런 말을 덧붙인다. “이 학생은 당신들보다 공부를 더 잘 합니다.” 정말 그 학생이 그 학교 교수보다 잘 한다면 유학생으로 그 학교를 갈 것이 아니라 교수로 가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양아치들은 이러한 호쾌함을 흉내 내지도 못한다. 쟁점이 되는 주제마다 기웃거리며 찔끔찔끔 뻥을 치는 양아치들이 혐오스럽게 보이는 것은 그들 특유의 좀스러움 때문일지 모른다. 머리도 나쁘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있어 보이려고 하니까, 떳떳하지 못하고 뭔가 숨기고 말을 불분명하게 한다. 그 선생님은 허풍쟁이들처럼 말하지 않는다.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말한다. 마치 “보아라, 이게 허풍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20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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