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2

추석도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명절에 배려 없이 안부를 묻는 어른들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곤혹스러워한다는 보도가 명절 때마다 나온다. 솔직히 나는 의심스럽다. 정말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의 질문 공세에 그 정도로 압박감을 심하게 느낄까? 휴일에 혼자 쉬든지 애인을 만나든지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데 친척들을 만나는 것이 싫어서 괜히 엄살 부리는 것은 아닌가? 친하지도 않은 노인네들을 만나는 것이 싫다고 대놓고 말하면 야무진 패륜아처럼 보일 테니까 어른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리는 피해자로 위장하는 것은 아닌가?

어른들이 쓸데없이 안부를 묻는다고 해서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거나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평소에 자주 만나지도 않던 사람들이니 귓등으로 듣고 건성건성 대답하면 된다. 취업 언제 할 거냐, 결혼 언제 할 거냐고 물으면 예정일을 말하든지, 예정에 없다고 하든지, 모른다고 하면 된다. 엄살떨지 말자. 고작 그런 것으로 압박감을 느껴 죽겠으면 회사에서 압박 면접 받다가 구급차 타고 실려 갈 건가?

어른들의 물음에 성의 있게 답변할 필요도 없다. 어른들이 손아랫사람들의 미래가 정말 궁금해서 그렇게 묻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취업이나 결혼이 걱정되면 그 전에 무슨 조치를 취하든지 지원을 해주었겠지 1년에 이틀 정도만 걱정하는 척을 했겠는가? 어른들도 그렇게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니 적당히 대충 대답해 주면 그들도 대충 듣고 말 것이다.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어른들은 젊은 사람들에게 향후 진로를 물으면서 어른들끼리는 미래에 관한 것을 잘 묻지 않는다. 왜 그런가? 간단하다. 어른들에게 장밋빛 미래 같은 것이 없음을 서로 잘 알기 때문이다. 볼 장을 다 봤는데 무슨 진로이며 미래이며 계획인가? 젊은 사람들에게는 취업의 기회가 있다. 어른들은 은퇴하고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연애하거나 결혼할 가능성이 있다. 어른들이 새로운 이성을 만나려면 황혼 이혼이나 사별, 잘 해봐야 불륜 정도밖에 없다. 어른들이 잘못 연애하면 비참한 노년을 맞이하게 된다. 어른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는 것은 그래도 그들에게는 미래의 가능성이 약간이라도 있음을 보여준다.

명절에 어른들이 결혼이나 취업 언제 할 거냐고 물으면 압박감 느낀다고 엄살떨지 말고 ‘아, 나는 그래도 미래가 있구나. 저 사람들은 그런 게 없는데’ 하고 좋게좋게 생각하면 된다. 어른들 말씀대로 세상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2018.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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