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대학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저항하는 인문학”이니 “해방의 인문학”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우 편협한 견해일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좋지 않다.
우선, 그들에 따르면 인문학 중에 남는 것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 우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외된다.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도 제외된다. 수리철학, 과학철학, 언어철학도 제외된다. 포퍼나 노직도 제외된다. 동아시아에서도 맹자나 묵자 정도 빼놓고 다 제외된다. 그러면 현대의 몇몇 철학자만 남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철학자들의 철학이 남는 것이 아니라 과격하지만 현실성이 전혀 없는 구호, 그리고 빈약한 개념에 덕지덕지 붙은 형용사구만 남는다. 그러려고 대학에 인문학이 전공으로 있어야 하는가? 제대로 공부를 한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할 리가 없다. 체 게바라 티셔츠 입듯 책을 읽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다.
전략적으로 봐도 “저항하는 인문학” 같은 소리는 정말 안 좋다. 대학에서 인문학 전공자를 배출하지 않겠다는데 이런 식으로 말한다고 생각해보자. 대학에서 퍽이나 인문학이 살아남겠다.
- 대학&정부: “나, 너네 없앨 거임.”
- 인문학 전공자: “안 돼요! 우리를 없애면 안 돼요!”
- 대학&정부: “왜?”
- 인문학 전공자: “우리는 당신들한테 저항해야 하거든요. 우리는 자유롭다구요!”
- 대학&정부: “꺼져, 미친놈들아.”
< 끝(폐과) >
아무 것도 모를 뿐 아니라 최소한의 감조차 없는 사람들은 한국의 인문학을 위해서 짹 소리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것이 좋겠다.
(20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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