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0

교수 연구실 문틀 위에 놓인 인형



연구실 문틀 위에 작은 공간이 있다. 예전에 어떤 대학원생이 자기가 생활하는 연구실의 문틀 위에 개구리 인형을 놓았다고 한다. 플라스틱으로 되어있고 태양광으로 충전하면 알아서 고개를 끄덕거리는, 주먹만 한 인형이라고 들었다.

가끔씩 개구리 인형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찾던 어느 날, 그 대학원생은 자신의 개구리 인형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사라진 인형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는 교수 연구실의 문틀 위에서 발견되었다. 그냥 제자리로 옮기면 될 일이지만 개구리 인형을 보고 흐뭇하게 웃는 선생님을 본 대학원생은 차마 그 인형을 가져오지 못했다. 아직도 그 인형을 누가 옮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3년 전 일이다.

개구리 인형이 교수 연구실 문틀에 놓인 후, 누군가 개구리 인형 옆에 또 다른 인형을 놓기 시작했다. 엄지손가락만한 인형이 1년에 한 개 꼴로 놓였다. 개구리 인형 왼쪽에 산신령 인형이 놓인 게 2년 전 일이다. 그 왼쪽에 다시 관우상이 놓인 게 1년 전 일이다. 그리고 얼마 전 해군제복을 입은 인형이 놓였다.

인형이 늘어날수록 그 인형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미소도 더 밝아졌다. 어제는 그 선생님이 복도를 지나가던 나를 불러서 이렇게 물어보셨다. “자네는 이 인형을 누가 놓았는지 아나?” 나는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그 선생님은 “아, 누가 놓는 거지?” 하면서 해맑게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는 까치발을 들며 인형에 손을 뻗으셨다. 몇 번 그러시더니 나보고 “자네, 저 제복 입은 인형의 얼굴이 좀 정면을 향하게 해줄 수 있나?”라고 하셨다. 인형이 정면을 향하도록 위치를 약간 조정하게 하자, 선생님의 얼굴은 더욱 밝아졌다.

그 선생님의 밝은 얼굴을 보니, 나도 남몰래 지도교수님 연구실 문틀 위에 인형을 올려놓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과학철학을 전공하신 분이라 작은 메탄분자 모형을 문틀 위에 올려놓으면 좋을 것 같다.

(201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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