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문틀 위에 작은 공간이 있다. 예전에 어떤 대학원생이 자기가 생활하는 연구실의 문틀 위에 개구리 인형을 놓았다고 한다. 플라스틱으로 되어있고 태양광으로 충전하면 알아서 고개를 끄덕거리는, 주먹만 한 인형이라고 들었다.
가끔씩 개구리 인형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찾던 어느 날, 그 대학원생은 자신의 개구리 인형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사라진 인형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는 교수 연구실의 문틀 위에서 발견되었다. 그냥 제자리로 옮기면 될 일이지만 개구리 인형을 보고 흐뭇하게 웃는 선생님을 본 대학원생은 차마 그 인형을 가져오지 못했다. 아직도 그 인형을 누가 옮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3년 전 일이다.
개구리 인형이 교수 연구실 문틀에 놓인 후, 누군가 개구리 인형 옆에 또 다른 인형을 놓기 시작했다. 엄지손가락만한 인형이 1년에 한 개 꼴로 놓였다. 개구리 인형 왼쪽에 산신령 인형이 놓인 게 2년 전 일이다. 그 왼쪽에 다시 관우상이 놓인 게 1년 전 일이다. 그리고 얼마 전 해군제복을 입은 인형이 놓였다.
인형이 늘어날수록 그 인형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미소도 더 밝아졌다. 어제는 그 선생님이 복도를 지나가던 나를 불러서 이렇게 물어보셨다. “자네는 이 인형을 누가 놓았는지 아나?” 나는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그 선생님은 “아, 누가 놓는 거지?” 하면서 해맑게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는 까치발을 들며 인형에 손을 뻗으셨다. 몇 번 그러시더니 나보고 “자네, 저 제복 입은 인형의 얼굴이 좀 정면을 향하게 해줄 수 있나?”라고 하셨다. 인형이 정면을 향하도록 위치를 약간 조정하게 하자, 선생님의 얼굴은 더욱 밝아졌다.
그 선생님의 밝은 얼굴을 보니, 나도 남몰래 지도교수님 연구실 문틀 위에 인형을 올려놓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과학철학을 전공하신 분이라 작은 메탄분자 모형을 문틀 위에 올려놓으면 좋을 것 같다.
(201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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