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8

<세월호 교실>을 보며

지난 주 금요일, 요하네스버그대 알렉스 브로드벤트 교수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콜로키움에서 강연했다. 그의 양복 왼쪽 깃에 달린 노란 리본이 눈에 띄었다. 나는 영어를 못해서 그 분께 말을 걸지는 못했다.

집에 와서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니, 역학(epidemiology)을 연구하는 분이며 4월 초에는 건강보험공단에서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에 대한 발표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세미나에서 담배회사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역학적 증거들이 흡연과 폐암의 일반적인 인과관계를 나타내면서도 개인에 적용을 하지 못한다면, 그 주장 자체가 논리적 오류”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노란 리본은 평소 하던 연구와 전혀 동떨어진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몇몇 선생님들은 <세월호 교실>라는 것을 하신다고 한다. 선생님과 학생이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인터넷에서 토론하는 것이라고 한다. 참여하는 선생님들 중 내가 아는 분은 두 분이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그 분들이 여러모로 훌륭한 분이라는 건 여러 경로로 들었다.

오늘 오후에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가 있다고 한다. 나는 독서실 총무를 보고 있어서 거기 가지 못한다. 사실 오늘이 아니라도 지금 내 상황에서 딱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나는 학위 논문도 못 내고 앞가림도 못하는 찌질한 대학원생에 불과하다.

몇 달 전에 만났던 사회운동단체 활동가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었다.

“이범이 사교육으로 돈 많이 벌었는데 지금은 교육운동 하잖아요. 보통 그렇게 돈 많이 벌면 거기서 못 떠나는데 이범은 거기를 나왔단 말이죠. 이범이 학교 다닐 때 학생운동을 했어요. 지금 교육운동 하는 것도 아마 그 영향일 겁니다. ◯◯씨가 지금 좋은 마음을 품고 있다면, 나중에 잘 되어서도 그 마음이 변치 않기를 바랍니다.”

내가 독서실에서 총무 일을 하며 어떤 것을 다짐하는 것은 찌질이의 치기 어린 정의감일 수도 있고 현 상황에 대한 비겁한 정당화일 수도 있다. 그래도 굳이 변명하자면, 이런 마음을 먹는 사람이 나중에 잘 되어서 무언가를 할 확률은 아무리 낮더라도 0은 아니지만 이런 마음조차 먹지 않는 사람이 잘 되어서 무언가 할 확률은 0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나는 부질없을지도 모르는 다짐을 했다.

* 링크(1): 세월호 교실을 열며

( http://teachsewol.org/# )

* 링크(2): 세월호를 교육 현장으로, 세월호교실

( http://slownews.kr/39786 )

(201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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