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1

지역과 한 몸이 되려면



어느 국립대에 교수로 임용된 대학원 선배를 만나 점심식사를 했다. 학위 취득 이후 교수로 임용되기까지 어떤 준비를 했는지 들을 수 있었다.

선배는 수요자 위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구직자들이 간과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했다. 박사학위자들 대다수는 취업 준비를 해본 적 없이 곧바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요자 위주의 관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요자 위주의 관점이라는 게 누구나 아는 것 같고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경우에 따라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 선배는 해당 대학의 총장이 어떤 것을 요구할지 알기 위해 유튜브 영상까지 찾아보았고 평소 총장이 “지역에 봉사하는 대학이 아닌, 지역과 한 몸이 되는 대학”을 강조했음을 파악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동료 대학원생과 임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동료 대학원생은 과학철학 석사수료생인 목사님인데 최근 어느 국립대 연구교수가 되었다. 과학철학으로는 석사수료생이지만 신학박사라서 연구교수가 될 수 있었다. 나도 나중에 임용 준비를 할 때 해당 대학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그에 맞게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도대체 지역과 한 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과학기술학 전공자라면, 비-인간 행위자와 결합되어 이전과 다른 존재, 즉 지역과 한 몸이 된 인간이 되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목포에는 갯벌이 많으니까 갯벌에 몸을 반쯤 담그고 ‘갯벌 인간’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그런데 왜 갯벌에 몸을 담가야 하나? 옆에서 목사님이 말했다. “갯벌이 의무통과점(obligatory passage point)이라고 하면 되죠.”

철학에서는 쩨쩨하게 물건 하나 들고 다른 존재가 되었다고 우기지 않는다. 정말로 다른 존재가 되었다고 가정한다. 데이비슨의 늪지인간(swampman)을 보자. 어느 날 갈대가 우거진 늪지의 나무 위에 벼락이 떨어져 엄청난 전류가 흐르고, 나무 옆에 서 있던 나의 몸은 분자 단위로 분해되고 나무의 분자들이 절묘하게 결합하여 물리적・기능적인 면에서 나와 완전히 똑같은 늪지인간이 생겨났다고 해 보자. 늪지인간은 나와 수적으로 구분될 뿐만 아니라, 그 구성분자들도 수적으로 다른 요소들로 이루어졌지만, 현재의 인과적・성향적 속성의 차원에서 이 늪지인간은 나와 별반 차이가 없다. 여기서 약간만 변형하면 갯벌인간(mudflatman)이 될 것이다.

그런데 총장님이 원하는 지역인간은 갯벌인간과 달리, 나와 수적으로 구분되지 않으면서 물리적・기능적인 면에서 기존의 구직자들보다 나으면서 인과적・성향적 속성의 차원에서 대학과 지역의 이해관계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지역인간이 될 수 있을까? 나도 하루빨리 학위논문을 쓰고 지역인간이 되고 싶다.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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