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4

뱀조심



빈 집 근처를 정돈하던 중 석면판을 치우려고 들어 올렸는데 밑에 뭔가가 있었다. 갈색이고 뭉쳐 있어서 똥인가 싶었는데 들여다보니 똬리를 튼 살모사였다. 놀라서 자빠질 뻔했다.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아져서 정신을 못 차렸는지 처음에는 별반 반응이 없다가 내가 주변에 있음을 알게 되었는지 몸을 부풀렸다. 나는 놀라서 그대로 집으로 도망쳤다.

가을철만 되면 야외에서 뱀을 조심하라는 언론보도가 나온다. 뱀은 사람의 접근을 진동으로 느끼고 도망치니 사람이 먼저 뱀을 건들지만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뱀이 도망간다고들 말한다. 대충은 맞는 이야기인데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유혈목이 같은 뱀은 살모사보다 강한 독을 가지고 있지만 겁이 많아서 사람 발소리만 들으면 한참 먼 발치에 있더라도 급히 도망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살모사는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작년 가을에 동네에서 살모사를 본 적이 있다. 내가 근처까지 갔는데도 살모사는 도망가지 않았다. 살모사가 나의 접근을 감지하지 못했나 싶어서, 나는 살모사 보고 도망가라고 살모사의 예상 공격 범위 밖에서 발을 쿵쿵 구르고 뛰었다. 그러자 살모사는 도망가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그대로 몸을 부풀렸다. 놀라서 내가 도망갔다.

뱀이 도망가는데 사고가 왜 나겠는가? 뱀이 도망가지 않으니 사고가 나는 것이다. 살모사 같은 뱀은 산란기가 아닌데도 도망가지 않는다. 뱀이 있는 줄도 모르고 가다가 실수로 건들거나 밟아서 물리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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