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4

돌판 위에 올려놓은 고양이 먹이



밖에서 일하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니 밭에 심은 들깨 사이에서 검은 고양이가 바스락거리다가 폴짝 뛰어나왔다. 우리집에 살던 고양이인 것 같았다. 화천이가 없어지고 화천이의 하얀 새끼들이 연달아 모두 죽었을 때 까만 새끼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까만 새끼가 집을 나간 직후에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이후 한동안 보지 못했기 때문에 생사를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살아 있으니 다행이다. 그런데 나를 못 알아보았는지 나를 보고서도 나에게 오지 않고 어디론가 도망가버렸다. 그렇게 그 날 일하다가 까만 고양이가 도망가는 모습만 두 번 보았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우리집에 살던 고양이가 맞기는 맞을까? 그냥 생긴 것만 비슷한 까만 고양이인데 내가 괜히 애먼 고양이를 우리집에 살던 고양이로 오인한 것은 아닐까?

몇 주 전에 내가 집 밖에서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일하다가 집에 돌아갈 때 밭에서 하얀 고양이가 바닥에 뒹구는 것을 보았다. 화천이 새끼들은 다 죽었으니 화천이인가 싶었는데, 또 갑자기 내가 다가가면 놀라서 도망갈까봐 한 걸음씩 천천히 발을 내디뎌 접근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고양이는 없었고 하얀 비료 포대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일하느라 안경을 벗고 있었고 어둑어둑해서 비료 포대를 화천이로 착각한 것이었다.

일하다 본 고양이가 우리집에 살았든 안 살았든 먹을 것을 약간 주기로 했다. 먹다 남은 닭가슴살을 잘게 찢어서 집 앞 소나무 밑에 쌓아놓은 돌판 위에 올려놓았다. 하룻밤이 지나도 닭가슴살이 그대로 있었는데 이튿날 밤이 지나고 그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돌판 위가 깨끗했다.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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