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4

효산 손창락 선생님의 일곱 번째 개인전에 다녀와서



효산 손창락 선생님 개인전에 다녀왔다.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10월 19일(목)부터 10월 25일(수)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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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부 때 서예동아리를 하기는 했지만 글씨를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아는 게 많은 것도 아니라서 어차피 작품을 봐도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봤을 때 마음이 더 가는 게 있고 덜 가는 게 있다. 마음이 더 가는 것을 몇 개만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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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에서는 금문으로 된 것이 많았는데 내가 금문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봐도 뭐가 뭔지 잘 몰랐다. ‘아, 모르겠다’ 하면서 전시회장을 돌아다니는데 2층 전시실에 해서로 된 작품이 있었다. 소식의 <염노교> 중 “亂石崩雲 驚濤裂岸”(란석붕운 경도렬안)을 해서로 쓴 것이었다. “부서진 바위는 구름을 뚫고 놀란 파도는 언덕을 찢어”라는 뜻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바위처럼 굳세고 탄탄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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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로 쓴 “知足常樂 能忍自安”(지족상락 능인자안)에도 눈길이 멈추었다. 아마도 “만족할 줄 알면 항상 즐겁고 능히 참으면 스스로 편안하다”는 뜻처럼 소박하고 담담한 느낌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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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시관 한 쪽 벽이 금문으로 된 천자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2층 전시관 입구 맞은 편에 있는 벽에 있는 것이라 2층에 들어서자마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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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樣年華”(화양연화)는 금문으로 쓴 것이라서 글씨에서 어떠한 느낌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보통 ‘화양연화’라고 하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화려했던 시기’라고 풀이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아름다운 시절”이라고만 적었다. 만약에 ‘화양연화’를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화려했던 시기’라고 적었다면 고지(故紙)의 색상과 상반되어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여섯 글자로만 표현하니 고지의 느낌과 더욱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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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금문을 전혀 모르기는 하는데 “麟鳳龜龍”(린봉구룡)은 동물이라서 그런지 회화적인 느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기린, 봉황, 거북, 용은 신령한 전설상의 동물로, 품성이 고상하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나 흔히 볼 수 없는 매우 진귀한 물건에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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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부터 3층까지 둘러보고 다시 1층으로 돌아왔다. 1층 입구 맞은 편 벽에는 금문으로 쓴 이백의 <春夜宴桃李園序>(춘야연도리원서)가 있다. 흔히들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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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는 만물이 쉬어가는 여관이요

세월은 영원한 나그네

덧없는 인생은 꿈 같은 것

기쁨을 누린들 얼마나 계속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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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 시의 첫 구절이다. 물론, 나는 금문도 모르고 시도 모르니 전시관에 들어와 처음 그 작품을 보고 3층까지 올라갔다 내려와서 다시 보아도 뭐가 뭔지는 잘 몰랐다. 그런데 잘 보면 작품 하단에 주묵으로 찍은 점이 있고 작품 좌측 하단에는 주묵으로 쓴 글씨가 있다. 다른 글씨는 다 검정색인지 그 점과 글씨만 주황색인가? 선생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다 써놓고 보니까 한 글자 빼먹었더라구. 그래서 저렇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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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묵은 보통 서예를 가르칠 때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표시할 때 쓴다. 학생이 글씨를 써서 가지고 가면 선생님은 어느 획이나 글자를 빼먹었는지, 어떤 게 잘못되었는지 등을 주묵으로 표시한다. 일종의 빨간펜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나는 선생님께 다시 여쭈어보았다. “일부러 저렇게 하신 건가요?” 선생님은 웃으면서 답하셨다. “아니, 다시 쓰기 힘들어서 저렇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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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의 시라고 생각하고 보니 주묵으로 틀린 곳을 표시한 곳이 그리 튀어보이지 않았다. 두보의 시였는데 한 글자 빼먹었다면 체력이 모자랐더라도 다시 쓰셨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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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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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작품 사진 게시와 관련하여 효산 선생님의 허락을 받았다. 그런데 사진으로는 실물을 봤을 때의 느낌이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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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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