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 학술지에 윤리학 논문이 실리기도 한다. 윤리학의 주제 중에는 법학의 주제와 연결되는 것이 있어서 그렇다. 계량화된 실적만 놓고 보면, 동일한 논문을 윤리학 학술지에 싣는 것보다 법학 학술지에 싣는 것이 이득이다. 왜냐하면 법학 학술지가 요구하는 철학 수준은 철학 학술지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낮지만 피-인용수는 법학 학술지에 실렸을 때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혹시라도 법조인과 결혼하게 된다면 부인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법학 학술지에 공동 저자로 논문을 싣고 피-인용수 부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분야의 여성을 만나도 이 전략을 유지할 수 있다. 부인이 의료인이면 의료 윤리 논문을 싣는 식이다. 나는 이 것이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물리학의 철학> 수업을 듣고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부인이 물리학자라고 해도 나는 물리학의 철학에 관한 논문을 쓰지 않을 것이다. 물리학도 모르는 주제에 물리학의 철학에 손을 대봐야 똥이나 만들어낼 게 뻔한데, 괜히 물리학의 철학을 하자면서 부인 옆에서 알짱거리면 별다른 산출 없이 부인이 하는 연구나 방해하게 될 것이다. 부인이 물리학을 연구하든 물리학의 철학을 연구하든, 나는 조용히 가사노동을 하면서 부인이 연구에 전념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그게 가정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겠다.
(2018.12.08.)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