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6

남자라서 힘들다는 엄살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는 남자들에게 권력이 많은 만큼 책임도 크기 때문에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고통 받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는 다 개뻥이다. 역사가 증명한다.

역사를 살펴보면 당시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을 거부하고 성공한 사람이 종종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 고조 유방이다. 한 고조 유방은 호색 빼고는 당대 남성들이 요구받은 덕목을 지킨 게 없다. 자기 혼자 살려고 부인도 버리고 자식도 버렸고, 부모를 인질 잡고 죽인다고 협박해도 마음대로 하라고 했고, 항우하고 안 싸우기로 해놓고도 뒤에서 쳤고, 통일한 뒤에는 공신들의 뒤통수를 쳤다. 온갖 양아치짓을 했지만 성공했고 영웅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여자 중에서 당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성성을 거부하고 잘 된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가? 어쩌다 남성과 똑같은 방식으로 권력을 잡아도 악녀의 대명사로 역사에 낙인찍힌다. 여성 참정권 운동까지 안 가더라도 여성에 대한 사회 통념 때문에 억압받은 여성은 수없이 많다. 허난설헌은 시 좀 썼다고 시댁에서 죽을 때까지 구박받고 살았다.

오늘날 한국에 국한해도 남성이 받는 제약과 여성이 받는 제약은 다르다. 남성이 받는 제약은 주로 체면이나 눈치와 관련된다. 눈치는 안 보면 된다. 남자들은 눈치 안 보고 살려고 하면 적당히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 여성이 받는 제약은 직업 선택이나 임금 차별이나 외모나 행실에 대한 직간접적 제약 등 주로 비교적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제약이다.

외모만 놓고 봐도 그렇다. 짐승남이 인기든 말든 남자는 그냥 살면 된다. 지도교수나 직장 상사가 몸 키우라고 하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런데 회사 다니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여성의 화장은 예의와 직결되기 때문에 여성들은 화장 안 하면 예의 운운하며 지적받는다고 한다. 남자는 눈코입 마음대로 자유분방하게 못 생겨도 남자답게 생겼다는 말을 듣지만 여자는 어떻게 나름대로 노력해서 뜯어고쳐도 성형 괴물이라는 소리 듣는다. 남자는 먹을 거 다 먹고 배 튀어나와도 배 두드리고 편하게 살지만 여자는 몸매 관리 안 하면 절제력을 의심받는다. 남자로 사는 게 그렇게나 힘든가?

엄살 좀 안 떨었으면 좋겠다. 남자라서 힘든 게 아니라, 회사를 안 다녀도 될 만큼 재산이 많지 않아서 힘든 것이고 능력이 없어서 힘든 것이고 남의 돈 벌어먹기가 힘든 것일 뿐이다. ‘남성으로서’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지고 산다고, 또 얼마나 ‘남성성’을 뽐내고 산다고 남성으로 사는 어려움을 토로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사는 건 힘들기 때문에, 가정 안 꾸리고 혼자 살아도 먹고 사는 건 어떻게든 힘들게 되어있다. 그런 것을 감안한다면 남자라서 더 힘들게 산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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