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혼자서 동전 노래방에 갔다. 술 한 방울 안 마시고 노래방에 간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두 사람 겨우 들어갈 만한 공간이라 소리도 안 울리고 내가 부르는 노래가 비교적 정확하게 들렸다. 게다가 말짱한 맨 정신이었다.
내가 부르는 노래가 내 귀에 들리는데 이건 내가 부르는 거지만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못 불렀다. 이런 건 세상 어느 누구도 듣지 말아야 하는데 왜 나는 내 돈 내고 이런 걸 듣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이래서 망나니가 손에 피를 묻히기 전에 술을 마시듯 사람들이 노래방 가기 전에 술을 마시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심란해서 노래방에 갔는데 내가 부른 노래를 내가 듣고 더 심란해졌다. (노래방 가기 전부터 마실 생각이긴 했지만) 집에 돌아와 맥주를 약간 마셨다. 언제나 그렇듯이 술을 적당량 마시니 기운이 상쾌해지고 마음이 안정되고 청량감이 들고 오늘까지는 망했지만 내일은 내가 모를 새로운 희망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술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20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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