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8

한국은 어쩌다 헬조선이 되었나 - 이지성의 『생각하는 인문학』

   

학부 때 ㅅ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국의 보통 사람은 미국의 보통 사람보다 훨씬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다. 그런데 왜 미국이 한국보다 잘 살까? 석유가 나서? 산유국 중에 미국 같은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군사력이 강해서? 그러면 소련은 지금도 잘 살아야지. 한국보다 미국이 잘 사는 건 한국을 이끄는 사람들보다 미국을 이끄는 사람들이 훨씬 똑똑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수준은 그 나라 사람들의 수준이 아니라 그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의 수준과 비례한다.”

도서관에 가서 이지성의 『생각하는 인문학』을 훑어보니, 학부 수업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책에는 어떤 재벌 회장의 어머니가 이지성의 열혈 팬이고, 재벌 회장은 어머니의 권유로 이지성을 불러서 친구가 되자고 하고, 그 회장이 자기 자녀를 비롯한 재벌가 자녀들의 교육을 이지성에게 부탁하는 내용이 나온다. 놀라운 내용이지만 실제로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는 우리나라 10대 그룹 중 한 곳의 오너이자 CEO였다. 비서실장의 인도를 받아 5층에 내리자 그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 그는 내가 하는 말 하나하나를 직접 받아 적었다.

[...] 어떻게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느냐고 묻자, 그가 시원스럽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모친이 평소 다큐멘터리와 강의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는데 어느 날 우연히 한 작가의 네 시간짜리 인문학 강의를 접하고는 깊은 인상을 받은 나머지,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재벌 3세들에게도 해당 강의 동영상을 담은 USB와 그 작가의 책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강의 감상문과 독후감까지 쓰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아들인 자신에게는 무조건 그를 만나서 좋은 친구가 되고, 그에게 인문학 지도를 받을 것을 명했다고 한다. [...]

약 두 시간 정도 그에게 인문학과 경영의 교차점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그가 갑자기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자신의 자녀들은 물론이고 자신과 친분이 깊은 재벌가의 자녀들에게 인문학을 지도해주면 어떻겠냐고. 만일 수락하면 파격적인 보상을 해주겠다고. 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한번 생각해보겠다. 그런데 아마도 응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대답했다. (36-37쪽)

한국을 쥐락펴락하는 재벌 일가의 지적 수준이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한국이 헬조선이 된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 링크: [경향신문] ‘리딩으로 리드하라’ 쓴 베스트셀러 작가 이지성 / 이종탁이 만난 사람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3282123372 )

(201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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