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집사님은 요양원에서 간병인 일을 하신다. 간병인들은 노인들의 거동을 도울 뿐 아니라 대화도 하도록 교육받는다고 한다. 노인들에게 계속 말을 걸어주는 것도 치료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집사님이 어떤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 집사: “할아버지, 몇 살이에요?”
- 할아버지: “어... 몰라.”
그 다음날 집사님이 그 할아버지에게 또 물었다.
- 집사: “할아버지, 몇 살이에요?”
- 할아버지: “어... 오십은 넘었나?”
- 집사: “아유, 할아버지! 내가 오십이 넘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그 할아버지는 치매가 온 건 아니고 치매가 올 듯 말 듯한, 그러니까 아직은 치매가 오지 않은 할아버지다. 요양원에 있는 다른 노인들한테 집사님을 가리키며 “나, 저 여자만 보면 가슴이 떨려”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 할아버지는 다른 할아버지들이 몇 살인지 다 기억해서, 집사님이 안 보이면 다른 할아버지들한테 “내가 너보다 몇 살 많은데 왜 반말이냐!” 하고 큰소리를 땅땅 친다고 한다. 하지만 집사님 앞에서는 자기 나이를 애써 숨긴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나이 많은 남자를 싫어할까봐 그런 것이다.
집사님은 요양원 할아버지들은 정말 자기 욕망에 충실하게 산다고 하셨다. 요양원에서 노인들을 보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201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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