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2

국제적 도둑놈



연구실에서 기숙사로 가기 전에 어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았다. 제목은 “국제적 도둑놈”인데 어떤 방송을 캡처한 내용이었다.


그 방송은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이 겪는 어려움 등을 다루었다. 남편은 한국인이고 부인은 외국인이다. 남미에서 온 여성은 모 대학 한국어학당을 다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당시 한국어강사였다.


남편은 부인보다 열다섯 살 많은 대학원생이다. 부인은 눈이 깊고 콧등이 물소처럼 높고 팔다리가 길었다. 게다가 공학 전공자였다. 여성이 공학을 전공한다는 것은 매력을 배가하는 요소다. 커뮤니티의 게시글은 미남과 거리가 멀고 소득도 적은 남편이 열다섯 살 어린 미모의 부인과 결혼한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른 사람의 외모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데 솔직히 그 남편은 미남이 아니었다.


기숙사에 들어와 씻고 자리에 누웠다.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다른 날보다 커피를 많이 마시지도 않았다. ‘한국어 강사 자격증을 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자국 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하는 상품이 해외 시장에서 잘 팔리는 경우도 있다. 한국산 손톱깎이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리고 사람은 낯선 곳에서 물건을 잘못 사거나 바가지를 쓰기 쉽다. 결혼 시장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수업에 조교 활동을 해야 해서 일찍 일어나야 했는데 괜히 뒤척거리며 잠을 못 잤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죄다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201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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