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4

중・고등학교 수행평가 과제는 도대체 어디에 도움이 되나?

주말에 동네에서 과외할 때, 고등학교 1학년인 과외 학생은 학교에서 과목마다 독후감 쓰기를 수행평가 과제로 내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뻑하면 독후감 쓰기를 과제로 내준다는 것이었다. 영어 문장 하나 제대로 못 읽는 애들이 태반인데도 영어 교사는 영문학 서적 독후감을 과제로 내주었고, 수학 문제 하나 제대로 못 푸는 애들이 태반인데도 수학 교사는 수학 관련 도서 독후감을 과제로 내주었다고 한다. 도대체 수학 관련 도서라면 어떤 것을 읽어야 하는가? 『수학의 정석』을 읽고 지난날을 참회하는 글을 써야 하나?

나도 중・고등학생 때 뻑 하면 감상문을 써냈었다. 중학교 때 쓴 음악 감상문과 고등학교 때 쓴 연주회 감상문은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다.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음악을 틀어놓고는 수행평가 과제로 감상문을 쓰라고 했다. 중학생들이 음악 평론가 강헌도 아닌데 어떻게 음악을 듣고 감상문을 쓸 수 있을까? 음악 선생님은 감상문을 정상적으로 쓸 수 있나? 어쨌든 내신에 들어가니까 감상문을 쓰기는 썼다. 하도 쓸 말이 없으니까 “아, 마귀가 쫓아오는 것 같다” 이런 글을 쓴 애도 있었다. 그때 들었던 곡이 쇼팽의 <흑건>인가 그랬다.

고등학교 때는 연주회 감상문을 쓰고 뒷면에 연주회 표를 붙여서 내는 과제가 있었다. 나는 예술의 전당에서 한 <피아노 콘서트>를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공연에서 연주한 곡은 죄다 별로였다. 내가 음악은 전혀 모르지만 ‘모차르트, 바하가 쓴 곡 중에 왜 이렇게 별로인 곡만 연주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그대로 감상문에 쓰고 최하 점수를 받았다. 최하 점수를 받으니 과제를 내지 않는 사람과 점수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다. 그냥 내지 말 걸 그랬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봐도, 그런 과제는 학생들만 수고스럽게 하고 시간만 뺏는 것이었다. 나는 과외 학생한테 “어차피 그런 이상한 과제를 곧이곧대로 하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를 적당히 편집해서 내라. 그 시간에 수학 문제 푸는 게 먹고 사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다른 학생 같으면 어떻게 편집할지 방법을 물었을 텐데 그 학생은 대답하기를 머뭇거렸다. 목사님 아들이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20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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