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는 알 60개를 낳고 그 중 한두 마리만 살아남는데 살아남은 그 한두 마리가 늪의 제왕이 된다고 한다. 여기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없다. 악어는 그렇다는 것뿐이다. 인간은 악어가 아니라서 악어의 사례를 인간에게 적용할 수 없다.
카드뉴스 형식으로 개소리하는 게 유행인지, 페이스북에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하는 카드뉴스 형식으로 돌아다닌다. 아무 관련도 없고 유사성도 없는 것을 가져와서는 쥐뿔이나 무슨 메시지가 있는 것처럼 다룬다.
악어는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터득한다. 헤엄치는 법도, 먹이를 찾는 법도 혼자서 깨우치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카드뉴스 제작자는 포토샵을 독학해서 배워서 뿌듯해 죽겠나보다. 그래, 포토샵을 독학했다고 치자. 카드뉴스 제작자는 대학도 안 나오고, 고등학교도 안 나오고, 초등학교, 중학교도 안 나오고 혼자 생존 방법은 터득했나? 인간이 악어처럼 혼자서 생존 방법을 터득하면 왜 학부모들이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할까?
일단 악어가 60마리 중에서 한두 마리 살아남는다는 것을 꺼낸다는 것부터가 웃기다. 카드뉴스 제작자는 형제자매가 여섯 명이라도 되나? 형제자매 다 죽고 제작자 혼자 살아남았나? 아닐 것이다. 카드뉴스 제작자가 성인이 되도록 멀쩡히 살아남아서 개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운영되는 의료 체계가 있기 때문이고, 그러한 의료 체계에서 영유아들에게 시기에 맞게 백신을 맞추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원조할 때 가장 먼저 보내는 물품 중 하나는 백신이다. 개발도상국이 경제성장할 때 제일 먼저 나타나는 일 중 하나는 영아사망률 감소다. 내가 태어나서 곧바로 안 죽고 살아남아 뭔가를 한다면, 그건 내 면역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백신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게 다 사회적인 성취의 일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이 누리는 모든 것은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공급된 것이다. 그런 인간이 60마리 중에 혼자 살아남아 늪의 제왕이 된 악어를 보면서 무슨 교훈을 얻어야 하는가? 혼자 잘 나서 온전히 혼자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없는데, 성공하기도 전부터 자기 힘으로 모든 일을 했다고 염병할 준비를 하는 놈들이 있는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우화나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경쟁에 대해 개소리 하는 것은 연원이 깊다. 내가 중학교 때 읽은 책에는 입시 경쟁이 별거 아니라면서 “책을 읽는 당신은 이미 수억 마리의 정자들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않았느냐”고 하는 내용도 있었다. 교사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딴 소리를 책에 썼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위나 피임을 할 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악어는 한 번에 약 60개의 알을 낳는다
그 알 중 절반이 짐승들의 먹이가 되고,
알을 깨고 나온 새끼 악어 중 절반이
또 다른 짐승들의 먹이가 된다.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데,
헤엄치는 법도
먹이를 찾는 법도
혼자서 깨우치게 된다
물론 위험과 고난은
아직도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그렇게 7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나면
60개의 알 중 1-2마리만
성체로 자라게 되는데
더 놀라운 사실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그 새끼 악어 한 마리가
이 늪의 '제왕'이 된다는 것이다
아직도 지치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가
잊지마라
당신은이제 막 껍질을 까고 나온
새끼 악어일 뿐이다.
* 링크: [페이스북] 돈을 모으는 개미 돈을 쓰는 베짱이
(2015.11.02.)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