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8

천자국 사신을 맞이하는 제후국의 자세

      

■ 선조 38년(1605년/만력 33년) 3월 6일
   
명나라 사신 이포덕이 조선에 오자, 조정은 명나라 사신들의 여독을 풀기 위해 태평관에 연회를 마련하였다. 연회 중에 호남 유생 김기종이 이포덕에게 다가오자 이포덕은 그 유생이 자신에게 예를 표하려는 줄 알고 반갑게 맞았는데, 김기종이 돌연 소매에 숨긴 과도를 꺼내 이포덕에게 휘두르니 이포덕의 얼굴에 한 치 정도의 상처가 났다. 갑사들이 김기종을 잡던 도중 그의 발목이 부러졌다.
    
임금이 어의 허준으로 하여금 이포덕을 치료하게 하니, 허준은 “상처가 조금만 깊었어도 생명이 위험할 뻔 했는데 이렇듯 상처가 급소를 피했으니 천행이다”라고 하였다.
    
의금부에서 죄인을 문초하니 죄인은 “명나라는 임진왜란의 원인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조선을 전란의 위험에 빠뜨리는 나라다. 요동에서 벌어지는 군사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죄인이 심문 중에 하는 말 가운데에 조리에 맞는 것이 없었으며, 죄인은 이전에 왜국 사신에게도 돌을 던져 곤장을 맞은 적이 있었다. 근래에는 죄인의 주변 사람들도 죄인의 정신이 이상하다고 여겨서 죄인과 주변 사람들 사이의 왕래가 없었다고 한다.
    
임금은 “근자에 명나라를 배척하는 백성이 많아지니 큰일이다. 금일 일어난 일은 명나라의 재조지은을 부정함이니 그 배후를 철저히 밝혀라”라고 하교하였다.
  
 
■ 선조 38년(1605년/만력 33년) 3월 7일
   
포도청은 이 변고가 북방의 여진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하며, 고변하는 자에게 상을 내리겠다는 방을 팔도의 주요 관아에 붙였다. 명나라 사신 이포덕은 “내 상처는 깊지 않으니 괜찮다. 조선 음식은 맛있으며 먹으면 힘이 난다”라고 하였다.
    
왕실 종친 중 한 사람은 이포덕이 있는 내의원 앞에서 명나라 사신을 지키지 못하였다며 석고대죄를 하니, “석고대죄란 소복만 입고 하는 것이 예법인데 날이 춥다하여 저렇듯 옷을 껴입고 하는 것이 무슨 짓인가?”라며 빈정대는 백성도 있었다.
  
 
■ 선조 38년(1605년/만력 33년) 3월 8일
   
나라 안의 이름 있는 승려들이 광화문 앞에서 모여 법회를 하고 승무를 추며 명나라 사신 이포덕의 쾌유를 빌었다. 무당들도 광화문에 모여들어 와서 이포덕의 쾌유를 비는 굿판을 벌였다.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 처용무를 추는 자들도 있었다.
   
이에 이포덕은 “조선 음식이 맛있으며 먹으면 힘이 난다”고 하였다. 이포덕의 이러한 말이 백성들 사이에 퍼지자 어떤 촌로는 상처가 아무는 데에는 개고기에 효과가 있다며 자신이 직접 잡은 개를 진상하기도 하였다.
  
 
■ 선조 38년(1605년/만력 33년) 3월 9일
   
삼정승과 육조의 판서와 참판들이 명나라 사신 이포덕이 머무는 내의원에 찾아와 사신의 안부를 물었다. 신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니 어의 허준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사신이 피곤해한다. 오히려 없던 병이 생길 판이다”라고 하며 하루 동안 신료들의 내의원 출입을 금하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이포덕은 “여전히 명나라와 조선은 부모와 자식의 나라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조선의 음식이 맛있으며 먹으면 힘이 난다”고 하였다. 신료들은 거듭 감읍하였다.
   
포도청은 여전히 죄인이 야인(여진족 )과 연계되었을 수 있다면서 심문을 계속하였다. 심문 도중 죄인의 입에서 몇몇 동인의 이름이 나왔다.
  
  
■ 선조 38년(1605년/만력 33년) 3월 10일
   
서인들은 “동인들 중에 야인(여진족 )과 왕래가 있던 자가 있다”고 하며 “동인들의 영수가 칼에 맞아도 지금처럼 동인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죄인을 사주한 자가 동인이 아니라는 법도 없으며, 동인들이 야인들과 내통하지 않는다는 법도 없지 않는가”라고 하였다. 이에 조정이 소란스러웠다.
   
일부 성균관 유생은 궁 밖에 엎드려 울며 “명나라 사신이 해를 입은 것은 소인들이 부덕하여 생긴 일이니, 재조지은을 입은 나라의 선비로서 통탄함을 금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에 이포덕은 “조선의 음식은 맛있으며 먹으면 힘이 난다”는 서신을 보냈고 이에 유생들은 감읍하였다.
  
  
■ 선조 38년(1605년/만력 33년) 3월 11일
   
임금이 직접 내의원에 들러 이포덕을 위로하였다. 이포덕은 임금의 은혜에 감사하며 “그간 조선의 신료들과 백성들의 호의에 정말 감사하다. 내의원에서 조선에 관한 책을 읽으니 조선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고 하였다. 임금이 그 책이 무슨 책인지 궁금해하자 이포덕은 “이는 어렵게 구한 책으로 서애 대감이 지은 <징비록>이라, 이번에 일을 겪고 이 책까지 읽으니 조선이 어떤 나라인지 잘 알 것 같다”고 하였다. 이에 임금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포덕은 “조선의 음식은 맛있으며 먹으면 힘이 난다”고 했고 이에 임금은 거듭거듭 감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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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대충 지어낸 것이고 실제 조선왕조실록에는 없는 내용이다. 17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어처구니가 없을 텐데, 무려 21세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 링크(1): [오마이뉴스] 리퍼트 미 대사 습격 김기종 검거 당시 동영상... “전쟁 훈련 반대”
   
* 링크(2): [미국의 소리] 한국 경찰 “김기종, 리퍼트 대사 살해 의도... 국보법 위반 수사”
   
* 링크(3): [경향신문] 리퍼트 대사 “김치 먹으니 더 힘나”... 빠른 회복
   
* 링크(4): [한겨레] 박 대통령 제부, 리퍼트 대사에게 ‘단식 석고대죄’
  
* 링크(5): [경향신문] 리퍼트 美 대사 쾌유 기원에 부채춤까지...
   
* 링크(6): [뉴시스] 70대 남성, 개고기 들고 리퍼트 美대사 병문안
   
* 링크(7): [뉴데일리] ‘한미동맹 강화’ 외치는 대학생들... 리퍼트 대사에 서명 전달
   
* 링크(8): [오마이뉴스] 리퍼트 대사 병문안 간 김무성 “종북 좌파들이...”
   
* 링크(9): [한겨레] 박 대통령, 귀국 직후 리퍼트 대사 병문안
   
* 링크(10): [연합뉴스] 리퍼트 대사 “성원에 감사... 한미관계 책 읽고 있다”
  
   
(201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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