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23

형제를 지키는 자가 되겠다는 오바마와 목자가 되겠다는 박근혜

   
아담과 이브가 에덴에서 쫓겨난 후 형제를 낳았다. 형인 카인은 농부가 되었고 동생인 아벨은 목동이 되었다. 둘 다 신에게 제물을 바쳤는데 신은 아벨의 제물은 반겼지만 카인의 제물은 반기지 않았다. 화가 난 카인은 아벨을 죽였다. 
   
신이 카인에게 물었다. “네 동생 아벨은 어디 있느냐?” 카인은 대답했다. “저는 모릅니다. 제가 제 형제를 지키는 사람입니까?(I don't know, Am I my brother's keeper?)”
   
오바마는 이 물음에 다르게 대답했다. 그는 “저는 제 형제를 지키는 자입니다(I am my brother's keeper)”라고 했다. 2004년 7월에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상원의원인 오바마는 기조연설을 했다.
   
“시카고 남부에 글을 읽지 못하는 소년이 있다면, 그것은 저에게 중요합니다. 그 아이가 제 아이가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If there's a child on the south side of Chicago who can't read, that matters to me, even if it's not my child.)
   
어딘가에 약값을 지불하지 못하는 노인이 있고 그분이 의료비와 월세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제 삶을 가난하게 만듭니다. 그 할머니가 제 할머니가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If there's a senior citizen somewhere who can't pay for their prescription and having to choose between medicine and the rent, that makes my life poorer, even if it's not my grandparent.)
   
어떤 아랍계 미국인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체포당했다면, 그것은 제 시민권을 침해해한 것입니다. (If there's an Arab-American family being rounded up without benefit of an attorney or due process, that threatens my civil liberties.)
    
저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믿음이 있습니다. 저는 제 형제를 지키는 자입니다. 저는 제 자매를 지키는 자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나라를 작동하게 하는 것입니다. (It is that fundamental belief -- I am my brother's keeper, I am my sisters' keeper -- that makes this country work.)
   
이것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개인적인 꿈을 추구하지만 하나의 미국이란 가족으로 모이게 하는 것입니다. 다수로부터 하나로 말입니다. (It's what allows us to pursue our individual dreams, yet still come together as a single American family: "E pluribus unum," out of many, one.)”
  
나는 지금까지 3-4년 간 교회를 다니면서도 예수를 믿고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냥 복음서에 나오는 말이 좋은 말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오바마의 연설문을 읽으니 가슴을 치는 무언가가 있었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은 자신의 형제를 지키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며 예수 믿고 구원 받는다는 것은 카인의 후예가 카인과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박근혜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양떼를 돌보는 목자의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 갈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한국은 미국이 아니니까 한국 대통령에게 미국 대통령의 수준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또 상당수의 한국인은 자신을 화끈하게 영도해줄 반인반신인 지도자를 원하기도 하니 박근혜의 생각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난만 하기도 어렵다. 박정희가 한국에 걸맞는 민주주의를 주창했던 것처럼, 어쩌면 박근혜는 한국에 걸맞는 지도자 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양을 이끄는 목자는, 적어도 양보다 똑똑해야 하지 않을까?
   
   
* 링크1: [Weekly BIZ] [지식콘서트] "저는 제 동생을 지키는 자" 군중 울린 오바마
   
* 링크2: Transcript: Illinois Senate Candidate Barack Obama
   
* 링크3: 朴대통령 “양떼 돌보는 목자 마음으로 희망의 새 시대 열 것”
   
   
(201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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