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나 중국사에 관련된 문헌에는 점쟁이들이 역사적 사건을 비교적 정확하게 맞춘 기록들이 종종 나온다. 옛날 점쟁이들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어떻게 그렇게 기가 막히게 맞추었을까? 그에 대한 역사학 전공 선생님들의 일반적인 답변은, 사서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후대에 만든 자료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록에 나오는 대로 점쟁이들의 예언이 실제 역사적 사건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면 그것은 일종의 기적인데, 세상에 기적은 없으니까, 일이 다 벌어진 다음에 사후에 짜맞추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명태균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보면서, 옛 문헌에 나오는 예언 기록들이 꼭 사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명태균은 올해 10월 초에 자기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명태균이 구속된 것은 11월 14일이고, 공교롭게도 윤석열이 탄핵당한 것은 12월 14일이다.
명태균은 윤석열에게 대통령 취임하고 나서 2년만 하고 퇴임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인터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대선 캠프 때 대통령에게 건넨 조언은?
“취임하면 2024년 총선에 개헌하면서 그때 딱 물러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양쪽으로부터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끝날 것이라고 얘기했다. (윤 대통령이) 난리가 났다. 3일 동안 대통령한테 들들 볶였다. 대통령이 ‘내가 2년짜리 해야 되겠느냐’고 했다.”
―왜 그런 조언을?
“5년을 버틸 수 있는 내공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너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지 않나. 지금은 대통령께서 가장 중요한 게 퇴임 후 안전하게 있을지 여부 아닌가? 벌써 레임덕도 왔잖느냐. 한편으로 보수는 젖은 연탄이다. 도저히 불을 붙일 수 없다. 대통령 스스로가 그래서 번개탄 역할을 해야 하고, 그래서 (나도) 2년 만에 개헌하라고 얘기한 것이다.”
윤석열이 명태균 말대로 총선 끝나고 퇴임했다면 김건희 특별법 같은 것은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난 마당에 굳이 그런 것까지 수사하려고 하겠는가? 그랬다면 윤석열은 내란을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명태균의 예언에 비추어 본다면, 옛날 문헌에 나오는 예언 관련 기록들이 꼭 사후에 지어낸 이야기라고 볼 수도 없다. 오늘날 가능한 것이 왜 옛날에는 불가능하겠는가? 그러한 예언이 신통력이나 초-자연적 능력이 아니라 당시 정치 상황에 분석 능력이나 직관력의 산물이더라도, 어쨌거나 옛 문헌에 나오는 예언들이 실제로 있었던 사건일지도 모르겠다.
* 뱀발: 명태균 변호인에 따르면, 명태균은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면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확률은 56% 정도”이고 “이재명은 사법 리스크를 배제하고도 큰 산 세 개를 넘어야 하는데 대통령이 될 확률은 30%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음 대선 때 이재명이 대통령 되나 안 되나 지켜보자.
* 링크(1): [동아일보] 명태균 “尹과 공적대화 담긴 휴대전화 4대, 부친 묘소에 묻어놨다”
( 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41101/130335300/1 )
* 링크(2): [경향신문] 명태균 “검찰 조사? 한 달이면 대통령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
( www.khan.co.kr/article/202410072235005 )
* 링크(3): [문화일보] 예언가 명태균, “민주당 정권재창출 56%, 이재명 대통령 30%”
( 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121401039910300001 )
(2024.12.1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