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도랑을 둘러보는데 집에서 어머니가 나를 급히 찾는 소리가 들렸다. 같은 마을에 사는 친척 할머니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서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재종고모에게도 전화가 왔는데 어제 밤에 할머니가 아프다고 전화하셨다고 한다. 나와 어머니는 급히 친척 할머니 댁으로 갔다. 할머니는 KBS 1TV <아침마당>을 보고 계셨다. 텔레비전 소리에 전화기 벨소리를 못 들은 것이었다. 아픈 건 어깨가 아픈 것이었고, 밤에 어깨가 너무 아파서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다고 한다.
나는 어제 밤에 할머니가 아프셨다는 소식을 아침에 듣고, 어제 드린 돼지감자 때문에 아프셨나 싶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어제 친척 할머니 댁에 들렀을 때 분명히 할머니는 아프지 않았다. 내가 도랑 근처에서 캔 돼지감자를 드리니 친척 할머니는 돼지감자가 뭐 이렇게 생겼냐며 돼지감자가 맞느냐고 물었다. 옆에서 어머니는 이모한테서 얻은 자색 돼지감자가 썩어서 버린 것이 밭둑에 번진 것인데 내가 캔 돼지감자는 아무리 봐도 자색 돼지감자가 아니고 이상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사실, 내가 봐도 돼지감자가 약간 이상하게 생겨서 친척 할머니께 드리기 전에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는 했다. 돼지감자도 종류가 여러 가지이고 내가 캔 것은 자색 돼지감자와 종자가 다른 돼지감자라고 나왔다. 그런데 할머니가 밤에 아파서 잠을 못 주무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혹시나 내가 돼지감자가 아닌 독초를 캐서 드렸나 싶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도라지인 줄 알고 맹독성 독초를 먹고 15일 간 무균 병실에 입원하고 머리카락과 눈썹이 몽땅 빠진 채 죽다 살아난 부부의 사례가 기억났다. 내가 그런 짓을 했나 싶어서 겁이 확 났는데, 다행히 내가 캔 것은 정말로 돼지감자였다.
할머니는 어제 밤에도 돼지감자를 드셨다고 했다. 우리집에서는 돼지감자를 갈아서 감자전처럼 전으로 부쳐 먹는데, 할머니는 껍질만 벗겨서 날로 먹는다고 하셨다. 마침 깍두기처럼 깍둑깍둑 썰어놓은 돼지감자가 그릇에 담겨 있었다. 할머니가 먹어보라고 하셔서 돼지감자를 날것으로 먹었다. 그렇게 돼지감자를 날 것으로 처음 먹어보았다. 돼지감자를 날 것으로 먹으면 전을 부쳐 먹을 때의 단맛은 나지 않지만 그 대신 야콘 맛과 식감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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