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웹소설 제목



학부 동기와 후배가 요새 웹소설에 빠져 있다고 한다. 둘이 사귄 기간이 10년이 넘는지 안 넘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하여간 둘은 꽤 오래 사귀었고, 최근에는 결혼을 앞두고 같이 살고 있다. 동기가 웹소설에 기반한 웹툰을 후배한테 소개해 주었고, 후배는 웹툰을 보다가 웹소설을 읽게 되었다고 한다. 600회가 넘는데 어느 부분부터 읽어도 재미있고 몰입도가 상당하다고 한다.

웹소설 제목은 논문으로 치면 논문 초록 같은 것이다. 누가 무엇을 하는지 이미 제목에 다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웹소설로 성공하려면 장인이 작품 제목을 묻더라도 답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제목을 말하자마자 벌써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정도여야 하고, 또 그에 상응하는 내용과 구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 동기와 후배가 자신들이 설 연휴 때 읽은 웹소설의 제목이 무엇인지 맞춰보라고 했다. 웹소설 중에는 회귀물이 많고, 그래서 “깨어나 보니”로 시작하는 제목이 많다. 깨어나 보니 무엇이었을 때 웹소설 제목을 말하면서 부끄러울까?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깨어나 보니 대장내시경 중이었다”였다. 이런 제목의 웹소설이 있다면 아마도 범죄추리물이어야 할 것 같은데, 하여간 제목만 생각했는데도 부끄러웠다. 동기와 후배가 읽은 웹소설은 “깨어나 보니 아이돌이 되어 있었다”였나, 하여간 그와 비슷한 제목이었다.

웹소설 제목을 말했을 때의 부끄러움에 대해 내가 잘못 이해했었다. 성공하는 웹소설 작가의 웹소설 제목을 말할 때 부끄럽다는 것은 그런 소설을 쓰는 것이 부끄럽다는 것이었고, 내가 생각한 제목을 떠올렸을 때 부끄럽다는 것은 그 소설의 주인공의 입장에서 부끄럽다는 것이었다.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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