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에 아르바이트 가서 학생들에게 내가 한 육체노동의 결과물을 보여줄 때가 있다. 한 학교에 1회나 2회 정도로 짧게 가면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할 내용만 전달하는데, 4회나 5회 이상 가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결과물을 보여준다.
육체노동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다. 뿌리째 뽑아 옮긴 나무, 배수로 작업, 성토 작업, 콘크리트 제거 작업, 만들고 있는 꽃길 같은 것들이다. 별 거 아니긴 한데 보여주면 학생들이 놀라는 경우도 있다. “이걸 사람 손으로 했다구요?”라고 하면서. 나는 피라미드도 사람 손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면서 몇 가지를 설명해 준다. 하루에 인부 한 명을 쓰면 얼마가 들고 기계를 빌리면 얼마가 드는지, 흙이나 돌의 무게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이 작업에서 흙을 어느 정도의 깊이로 몇 미터 팠으니 파낸 흙이 몇 톤이고, 이 작업에서 깨부순 콘크리트가 몇 톤이고, 그걸로 무엇을 만들고 등등.
나는 학생들에게 결과물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나는 10대 때 이런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다는 것이다. 모를 수밖에 없다. 몇몇 분야의 영재들은 10대 때 계획한 대로 살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후 맞닥뜨리는 일에 대응하면서 인생의 경로가 바뀌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해야 한다. 대부분은 그렇게 산다. 아직 미장이나 포크레인을 배워야 할 상황은 아닌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필요하다면 학원을 다녀야 할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 내가 한 번 꺾는다. 학생들 중에 자신이 앞으로 국영수가 필요 없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 중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때에 국영수가 필요한 일이 생길 수가 있다고. 물론, 그런 경우에도 어떻게든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그런데 국영수를 익히는 데는 미장이나 포크레인 조작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 그래서 본인이 공부에 소질이 없고 공부 못하는 게 유전이고 집안 내력이더라도, 어차피 지금 상태에서 성적이 올라도 웬만큼 올라서는 진학가능한 대학이 유의미하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살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어차피 공부해야 하는 거 좋게 좋게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나는 말한다.
참고로, 내가 고등학교에서 아르바이트로 하는 것은 학생들이 대학 가는 것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기 때문에 피곤하면 자도 된다고 말해준다. 단, 떠드는 것은 나의 노동 강도를 높이기 때문에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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