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아름다운 여성을 가리켜 “여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유행했다. 가령, 홍대 인디음악 하는 여가수 중에 예쁜 사람이 있으면 “홍대 여신”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웹툰 중에는 아예 제목이 <여신 강림>인 작품도 있다고 들었다.
미모를 기준으로 여신이라고 부를 때, 그 기준이 국가 공인도 아니고 그냥 내키는 대로 부르는 것이어서 여신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여신이라고 불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여신’이라는 칭호가 붙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여신 소리를 듣는 사람을 보며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저 사람은 아무리 봐도 인간인데 왜 여신이라고 불릴까? 신통력이 있나?’ 그러다 ‘여신’이라는 칭호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데 생각이 이르렀다. 도대체 한국인들은 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어떤 것을 신이라고 부르나?
가령, 어떤 사람이 ‘부동산의 신’, ‘주식의 신’, ‘창업의 신’이라고 불린다면, 그건 해당 분야에서 여느 인간이 발휘할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가리키며, 대체로 늙은 아저씨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신’이라고 불릴 사람들은 그냥 미녀이거나 미녀로 알려지고 싶은 사람인 것이지 그들이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지는 알 바가 아니다.
아름다운 여성이면 ‘미녀’라고 부르면 되지 왜 ‘여신’이라고 부르는가? 이게 한국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신 관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 것 같고, 뭔가 서양 신화 같은 것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인들도 관용적으로 쓰는 ‘행운의 여신’ 같은 표현에서 방점이 찍히는 것은 여신이 아니라 행운인데, 왜 한국 사람들은 미녀를 여신이라고 부르나? 외국에서도 미녀를 가리킬 때 여신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아니면 한국 사람들이 워낙 극성스럽고 지랄 맞아서 근본 없이 아무렇게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등에서 여신이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읽어보아야겠다.
* 뱀발
어떤 분이 말씀해주시기를, 한국에서 아름다운 여성을 여신이라고 부른 것은 일본에서 건너온 유행일 가능성이 높으며, 영어권에서는 그러한 표현을 약간 촌스럽다고 여기지만 꾸준히 사용한다고 한다.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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