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보았다. 어떤 사람이 무료로 봐준다고 해서 본 것이다. 아마 무료가 아니었다면 사주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사주 자체도 믿을 수 없는 것인데다 무료로 보는 사주니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것이겠느냐만, 그래도 내 사주에 뭐라고 나오는지 궁금했다. 내가 점을 믿지는 않지만, 가끔 보면 신기한 일들이 있기는 있다. 예전에 대학원을 같이 다녔던 사람 중에는 홍대에서 타로를 보았는데 교수가 안 된다고 점괘가 나왔다며 불쾌해했던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정말로 교수가 안 되었다. 이모부는 일본에서 건축사를 받느라 유학할 때 점을 본 일이 있는데 환갑이 넘어서야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했다고 한다. 이모부도 그 때의 점괘를 말하며 불쾌해했는데 정말로 환갑이 넘어서야 돈을 벌기 시작했다. 환갑 때까지 논 것도 아니고 평생 일했고 재주도 많은데도 그랬던 것이다. 물론, 점은 미신에 불과하므로 나는 점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믿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 것이고 궁금한 건 또 궁금한 것이다.
사주에 대한 총평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전반적인 평가는, (i) 무언가를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을 것 같고, (ii) 사업 같은 것이 어울릴 것 같고, (iii) 도화의 기운이 강해서 여성에게 매력적인 남자로 보일 것 같다는 것이었다. (i)은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될 것이고, (ii)는 사람이 사업 아니면 취직이니 이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될 것이고, (iii)은 조금 안 맞는 게 아니고 많이 안 맞는 것 같은데, 하여간 나에게는 정말 궁금한 것이 두 가지 있었다. 나는 교수가 될 수 있는가? 나는 결혼할 수 있는가?
교수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하삼기격이라 교수를 할 만한 사람이고 내년에 관운이 상승하니 내년을 놓치면 너무 멀어진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많이 감사했나 보다. 결혼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자가 꽤 있을 것 같으니 결혼은 문제가 아니고 바람을 많이 피울 것 같다는 것이었다. 어? 이게 무슨 무주택자가 다주택자 중과세 걱정하는 소리지? 이렇게까지 틀리면 곤란한데? 애초에 사주를 믿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틀리면 낮은 신뢰도가 더 낮아지는 것 아닌가? 그럼 내 관운은?
내가 살아온 궤적이 마치 사주를 반증하려고 작정한 듯 어긋나는데 이게 뭔가? 그런데 그에 대한 대답은, 도화살이 세 개나 있는데 왜 그렇게 살았느냐는 것이다. 도화살이 한 개도 아니고 세 개인데 왜 나는 이렇게 살고 있을까? 왜 그러겠는가? 애초에 사주가 미신이니까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도화살 이야기를 들으니 이게 궁금했다. 도화살이 있으면 유튜버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가? 그렇다고 했다. 경제적인 것도 물었는데, 전반적으로 재물운 쪽으로 향한다고 했다. 그런데 사주를 다시 보니, 여자운, 재물운에 모두 공망이 있어서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공망은 학파에 따라서 해석이 갈라진다고 한다.
나는 사주를 믿지 않지만, 그래도 힌트 정도로 삼을 수는 있지 않을까? 내년까지 어떻게든 학위를 받도록 해보고 혹시라도 성과가 없으면 유튜버가 되어야겠다.
(202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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