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3

장수왕이 주인공인 사극을 만든다면




한국 사극 중에 광개토왕을 다룬 작품은 있어도 장수왕을 다룬 작품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수왕이 등장하는 작품이라면 승려 도림을 백제에 첩자로 보내 개로왕이 실정하게 하는 부분도 있어야 할 것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개로왕이 바둑을 좋아하는 것을 이용하여 도림이 왕에게 접근해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게 만들어 백제의 국력을 쇠하게 만들었다고 나온다. 그런데 왕이 바둑을 좋아하고 도림이 바둑을 잘 둔다고 해도, 적국에서 죄를 짓고 도망쳐온 사람이 왕과 곧바로 친해지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것을 극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개로왕이 평복을 하고 저잣거리에 있는 기원에서 가끔씩 바둑을 둔다고 설정하자. 어느 날 기원에 갔더니 어떤 스님이 바둑을 두고 있고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세상에 무슨 스님이 바둑을 저렇게 잘 두냐면서.







- 개로왕: “백제 사람 아니죠? 고구려 사람 같은데?”

- 도림: “네, 어쩌다 죄를 지어서.”

- 개로왕: “어쩌다 죄를 지었는데요?

- 도림: “순진한 귀족 등도 치고, 백성들 울리기도 하고.”

- 개로왕: “벌이가 좋았나 모르겠네요?

- 도림: “별로였어요. 저는 좋은 스님이거든요.”

- 개로왕: “바둑은 어디서 배웠어요?

- 도림: “주지 스님한테서요”

- 개로왕: “모든 대답이 너무 의외라…….”

[...]

- 도림: “판당 20전이던데.”

- 개로왕: “아…….”

- 도림: “즐거웠습니다.”

- 개로왕: “판당 50전. 한 판 더 어때요?”

- 도림: “그건 노름인데?”

- 개로왕: “그런가요?”

[도림의 독백] 바둑은 침묵 속에서 욕망을 드러내고 매혹하고 매혹당하며 서로를 발가벗겨.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그땐 그저 바둑인 거지.

- 도림: “좋죠, 노름.”






(202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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