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 때 베어마켓 펀드로 수익을 내야겠다고 처음 생각한 것은 2008년이었다. 내가 처음 펀드에 가입한 것은 대학교 2학년인 2005년이었고, 베어마켓 펀드에 가입한 것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2006년쯤이었을 텐데, 그 때까지는 베어마켓 펀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몰랐다. 2008년 8월에 학부를 졸업하고 10월에 입대했는데, 밤에 보초를 서다가 베어마켓 펀드를 활용할 생각을 했다. 폭락 전에 전조 증상 같은 것이 있을 것이고, 전조 증상을 감지하고 일반 펀드에서 돈을 빼서 MMF에 넣어놓았다가 고점 때 베어마켓 펀드에 넣으면 상승장과 하락장 모두에서 돈을 벌 수 있겠다는, 그런 야심찬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었다. 고점과 저점을 내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졌다. 주가가 폭락했다가 금방 회복되었다. 사람들이 안 돌아다녀서 그렇지 산업시설이 파괴된 것도 아니고 소비도 이전과 비슷하게 하는 판이어서 주가가 회복된 것 자체는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주가는 코로나19 이전의 고점보다 더 올랐고 계속 올랐다. 이번에는 성공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펀드에서 돈을 빼내어 베어마켓 펀드에 넣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분할해서 매수했지만 주가가 계속 올라서 분할 매수가 별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몇 푼 되지도 않는 내 재산이 줄어들던 어느 날, 연구실에서 동료 대학원생 두 명이 주식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많이 산 것은 아니고 삼성전자하고 몇 개 샀는데 얼마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세상에, 대학원생이 주식을 사다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내가 탄식하자, 그들은 내가 탄식한 이유를 물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프 케네디의 이야기를 했다.
조지프 케네디가 구두 닦으러 갔다가 구두닦이 소년이 주식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주식을 처분했다. 구두닦이 소년이 주식을 살 정도라면 주식시장은 극도로 과열된 것이며 하락장이 임박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조지프 케네디가 주식을 처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대공황이 닥쳤다. 여기서 생겨난 말이 ‘구두닦이 소년 신호’(shoeshine boy signal)이다.
대학원생이 주식 이야기를 하다니 이렇게 확실한 신호가 어디에 있겠는가? 실제로 그 당시는 고점을 지나 이미 하락장으로 접어들 무렵이었으니 베어마켓 펀드에 돈을 넣기 시작하기에 적절한 시점이었다. ‘대학원생 신호’라고 부를 만한 것이었다.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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