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2

집 안의 축대를 개비온으로 쌓기



올해 5월에는 뒤란에 있는 배수로를 새로 팠다. 원래 배수로가 있었고 새로 파낼 것도 아니었다.






몇 년 전 여름, 그 때는 할머니께서 살아계셨을 때인데, 고추를 말려야 하는데 썩고 있다고 할머니가 하도 우는 소리를 해서 아버지는 그레이팅(금속 덮개)을 배수로에서 빼서 고추 말리는 용도로 썼다. 그 해 고추 농사를 처음 짓는 것도 아니었으니, 진작 고추 건조기를 사든지, 아니면 손발을 움직여서 고추를 말리든지 해야 하는데, 아버지는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당시 아버지는 본인이 나름대로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때문에 훨씬 더 큰 문제가 생겼다. 그레이팅을 빼낸 동안 흙의 압력 때문에 배수로가 좁아져서 그레이팅을 배수로에 다시 낄 수 없게 된 것이다. 물건은 용도에 맞게 써야 하는 법인데 엉뚱하게 사용했다가 일이 벌어졌다. 그 때라도 배수로의 양 옆에 있는 흙을 파냈다면 그레이팅을 다시 끼울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그레이팅이 안 들어가니까 배수로를 방치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흙의 압력 때문에 배수로가 점점 좁아지게 되었고 원상복구하기 점점 힘들게 되었다.

문제는 배수로가 좁아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배수로가 좁아지며 빈 공간으로 흙이 밀고 들어가자 축대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축대가 기울어지자 담장도 기울기 시작했다. 역시나 아버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담장은 계속 기울어졌고, 올해 봄에는 축대에서 벽돌이 하나씩 빠져서 땅으로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담장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축대를 다시 쌓아야 하고, 축대를 다시 쌓으려면 배수로를 새로 파야 했다. 업자를 불러서 새로 배수로를 파게 하면 돈이 많이 들 것 같아서, 나는 내 손으로 배수로를 팔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삽으로 배수로 양 옆을 파보았다. 좁아진 배수로를 손으로 벌릴 수 없었다. 배수로 양 옆을 더 파보았다. 배수로 한 칸의 양 옆 흙을 다 팠는데도 배수로가 벌려지지 않았다. 배수로가 앞뒤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배수로 맨 앞부터 흙을 파내면 되기는 할 텐데, 이미 배수로 앞쪽이 흙에 묻혀서 배수로의 시작점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며 흙을 40미터쯤 파내고 나서야 배수로 원상복구를 내 손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수로가 양 옆에서 밀렸을 뿐 아니라 너무 많이 밀려서 좌우 뿐만 아니라 위아래로 뒤틀린 상태였고, 배수로를 땅에 고정하는 고정핀(철근)을 내 힘으로 뽑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몇 삽 파고 깨달았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깨달았다.

공사업자 아저씨를 불러서 견적을 냈다. 배수로를 다시 팔 경우 기존 자재를 이용하면 인건비로 100만 원이 들고, 축대를 다시 쌓을 경우 보강토 블럭으로 쌓으면 350만 원 정도 든다고 했다. 소형 포크래인으로 땅을 파내야 하므로, 배수로 공사와 보강토 공사를 같이 하면 모를까, 배수로 공사만 따로 하고 이후에 보강토 공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배수로 공사를 먼저 한 후 보강토 공사를 하려면 포크래인으로 배수로를 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강토 블록 말고 개비온으로 축대를 쌓으려면 얼마나 드냐고 물으니 인건비 때문에 보강토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든다고 했다.

배수로 공사와 보강토 공사를 같이 할 것인가, 아니면 배수로 공사만 할 것인가? 돈 들어갈 곳이 여러 군데여서 배수로 공사만 하고 축대는 내가 쌓기로 했다. 내가 나름대로 견적을 내보니까 50×50×100(cm)짜리 개비온을 스물한 개 정도 쌓으면 될 것이었다. 이전에 개비온을 세로로 세워서 쌓은 적이 있으니 가로로 눕히는 것은 그보다 쉬운 일일 것이었다.

원래는 땅에 묻힌 배수로 관을 다시 사용할 생각이었는데, 땅에서 파내고 보니 엉망이라서 아예 자재를 새로 사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배수로 관은 비교적 싸고 그레이팅이 비싼데, 창고 구석에 쌓아놓은 두 칸짜리 그레이팅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레이팅이 몇 개 모자랐다. 왜 모자랐을까? 동네 다른 할머니가 고추 말리는 데 쓰는 그레이팅을 보고 탐내자 할머니가 우리집에 이런 거 많다면서 몇 개 주는 것을 어머니가 보았다고 한다.

이미 줘버린 그레이팅은 어쩔 수 없고, 창고에 있던 다른 그레이팅을 가져오기로 했다. 아버지가 정리를 잘 해놓았으면 모르겠는데 그레이팅을 맨 밑에 깔고는 그 위에 썩은 각목 같은 것을 아무렇게나 막 쌓아놓아서, 배수로 공사하는 날 뜻하지 않게 창고 정리까지 하게 되었다. 물건을 다 꺼내고 맨 밑에 있던 그레이팅을 꺼냈다. 그레이팅이 두 칸짜리가 아니고 네 칸짜리였다. 네 칸짜리 그레이팅이 우리집에 왜 있는 건가?





네 칸짜리 그레이팅을 보자 어머니는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고 하셨다. 예전에 아버지가 마당에 잔디를 깔고 발판 용도로 네 칸짜리 그레이팅을 샀는데, 밟아보니 촉감이 별로였는지 어느 날 보니 다 없어졌는데 아버지가 다 걷어서 창고에 처박아두었던 모양이라고 했다. 어머니의 설명을 듣고 나는 우리집에 왜 네 칸짜리 그레이팅이 있는지 이해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살 필요도 없는 네 칸짜리 그레이팅을 스무 개도 넘게 사놓고는, 그걸 창고에 처박아두고서, 할머니가 고추 말릴 때는 배수로에 있던 두 칸짜리 그레이팅을 빼내서 이 난리가 나게 만들었다는 것 아닌가?

배수로 공사는 인건비 100만 원에 자재비 약 50만 원이 들어서 150만 원 가량이 들었다. 고추 건조기가 200만 원이 약간 넘으니 고추 건조기 한 대 살 돈을 허투루 쓴 것이다. 그런데 더 말이 안 되는 것은, 배수로에서 그레이팅을 빼낸 다음 해에 고추 건조기를 샀다는 것이다. 매년 고추 농사를 짓는 집이니 진작에 고추 건조기를 샀으면 이 난리가 안 나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 고추 건조기를 살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할부로 구입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우리집은 고추 건조기를 할부로 구입했다.

배수로 공사를 마치고 곧바로 축대를 쌓아야 했으나, 해야 할 다른 일이 있어서 착수하지 못했다. 그러다 장마철이 되기 전에는 붕괴 위험이 높은 구간에 손을 대야 할 것 같아서 며칠 전에야 부랴부랴 손을 댔다. 경사가 제일 심하고 흙도 많이 무너진 곳이었다. 아버지가 축대를 다시 쌓을 마음이었는지 무너진 축대의 벽돌을 다 걷어서 뒤편에 쌓아놓았는데, 벽돌을 쌓아놓기만 하고는 다시 축대를 쌓지 않아서 흙이 계속 무너지고 있었다. 장마 전에 손을 안 대면 담장이 내년까지 버틴다는 보장이 없었다.

나는 나름대로 계산했다. 흙의 양과 경사를 감안했을 때 어느 지점에서 개비온을 만들기 시작할지도 생각해놓았고, 2미터마다 약간씩 뒤로 밀어 쌓아서 6미터 되는 지점까지 쌓으면 경사를 완만하게 하면서도 필요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비온을 만드는 동안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흙을 일부 파내고 벽돌을 쌓은 다음 담장 맨 끝을 삽으로 팠다. 그렇게 첫 삽을 떴는데, 땅에서 생각지 못한 것이 나왔다. 배수로 관이 또 나온 것이다. 배수로 공사 때 배수로 맨 처음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맨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배수로도 새로 팠으니 예전 배수로에 축대를 쌓아도 된다. 주변 땅을 더 팠다. 이번에는 노란 비닐 같은 것이 나왔다. 도시가스관이 묻혀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었다.






작년인가 제작년인가 우리 동네에 상수도와 도시가스가 들어왔다. 당시 배수로는 흙에 파묻혀있고 벽돌은 모두 걷어놓은 상태라, 담장 밑을 파고 배수로와 축대 사이로 상수도관와 도시가스관을 매설했다. 배수로와 축대가 멀쩡하게 있었으면 배수로 바깥쪽에 도시가스관과 상수도관을 매설했을 텐데, 결국 배수로 안쪽으로 매설했던 것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담장 밑에 있어야 할 콘크리트 기초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로 기초를 한 다음에 담장을 쌓아야 하는데, 삽으로 파보니 담장 밑에 흙밖에 없었다. 약 20년 전에 집을 고치면서 담장을 빨간 벽돌로 새로 쌓았는데, 그 당시 아버지는 뭘 했는지 기초도 없이 벽돌담을 쌓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당시에 콘크리트로 기초 공사 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 말에 나는 당시 공사 업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눈속임을 했는지를 어머니께 보여주었다. 대문 근처에는 분명히 콘크리트로 기초를 했다. 그런데 대문에서 멀어질수록 콘크리트 기초가 얇아지는 것이 보인다. 당시 벽돌은 아버지가 망한 벽돌공장에서 헐값에 구해왔고, 당시 공사 업자는 콘크리트를 덜 쓰면서 그 자리를 벽돌로 채운 것이다. 집의 정면만 콘크리트 기초를 하고 옆면에서부터는 아예 콘크리트 기초를 안 하고 벽돌만 쌓았다. 땅을 파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우리집에서는 20년 동안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1미터 이상 뒤로 더 밀어서 개비온을 쌓아야 할 판이었다. 수습하기 어려우니 일단은 묻어두었다가 가을에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아니면 비가 오기 전에 화끈하게 만들어야 하는가? 안 건들었다가 흙이 무너지면 담장이 무너질 것이고, 그렇다고 괜히 잘못 건들었다가 수습 못하면 담장이 더 확실하게 무너질 것이었다. 며칠 동안 비가 오지 않는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개비온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나는 약간 무리하면 목표 기한 안에 개비온을 완성할 줄 알았다.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1미터 이상 뒤로 더 밀어서 개비온을 쌓으려니, 세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 문제는 흙을 너무 많이 파내야 한다는 점이다. 공사하는 곳에서는 흙 1세제곱미터를 1루베라고 부르는데, 흙은 비중이 1.5 정도되기 때문에 흙 1루베면 1.5톤 정도 된다. 고작 축대 2미터를 쌓기 위해 흙 3톤 정도를 추가로 파내야 했다. 두 번째 문제는 예정에 없던 벚나무 뿌리를 잘라내야 한다는 점이다. 원래는 나무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었는데, 도시가스관과 상수도관을 건드릴 수 없으니 나무를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 내 허벅지만한 나무 뿌리를 톱으로 잘라내게 되었다. 세 번째는 원래 한 층으로 쌓을 개비온을 두 층으로 쌓아야 한다는 점이다.





흙을 파내고 맨 땅에 개비온을 두 층으로 쌓은 일은 하나 세로로 세우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힘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돈을 더 들여서라도 보강토 블록으로 축대를 쌓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원래 견적보다 두 배 정도는 돈이 더 들었을 것 같기는 한데, 하여간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냅다 땅을 팠다. 지층 같은 것이 나왔다. 상수도관과 도시가스관이 없음이 분명했다. 배수로를 기준으로 50센티 깊이로 판 다음 돌을 부어서 기초로 삼고 그 위에 개비온 한 층을 만들기 시작했다.








계획이 틀어지면서 목표 기한이 되도록 한 층도 다 완성하지 못했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원래는 이슬비 정도로 온다고 했는데, 그게 호우주의보로 바뀌었다. 축대를 안 건들 수 없어서 건들었는데, 괜히 건들어서 담장이 무너지게 생겼다. 비가 어마어마하게 왔고 그 비를 하루 종일 맞으면서 죽을 둥 살 둥 일을 수습했다. 비가 와서 담장이 무너질 판이라 일단은 덮개로 담장과 그 일대를 덮어놓았다. 그러고 나서 일을 마저 수습하는데 어디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덮개를 누르느라 담장 위에 벽돌을 올려두었는데,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덮개가 펄럭거리면서 벽돌이 땅에 떨어졌던 것이다. 그 당시는 별 생각 없이 담장 위에 벽돌을 몇 개 더 올려서 바람에 덮개가 날아가지 않도록 했다.

그 다음 날 비가 그치고 보니 벽돌이 떨어진 개비온 철망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섬뜩했다. 내 머리가 깨질 뻔 했던 것이다. 소박함과 천박함을 분간하지 못하는 일부 광신적 극단분자들이 자신들을 가리켜 ‘대깨◯’(대가리가 깨져도 ◯◯◯ 지지)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대가리가 깨진다는 것은 두피가 찢어지는 것이지 두개골이 함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말로 두개골이 함몰될 뻔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깨◯’ 같은 표현을 못 쓸 것인데, 트위터로 비방이나 하는 것을 혁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그런 위험에 처할 리가 있겠는가?





두개골이 온전한 나는 개비온을 마저 만들었다. 웬만하면 석재를 안 사려고 집 근처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서 겉돌로 썼고, 올해 초에 망치로 부수었던 폐-콘크리트를 가져와서 속돌로 썼다. 나는 남들이 조경용으로 석재를 쓰는 것을 보면서 가끔 죄의식 비슷한 것을 느꼈다. 인간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라고 멀쩡한 산을 다 깨부수어서 집을 장식한단 말인가?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수억 년 전부터 있던 돌을 다 깨부순단 말인가?






그런데 개비온을 만들다 보면 생각이 바뀌게 된다. 자꾸 ‘그냥 자연을 파괴할 걸’ 하는 후회가 수도 없이 들었다. 업체에 개비온석을 주문하면 강도도 높고 무늬도 아름다운 돌을 톤당 10만 원에 구입할 수 있고, 운송비만 더 내면 대문 앞까지 배달해준다. 나처럼 개비온을 만들면, 미리 겉돌을 주워다 마당에 모아놓더라도, 미리 부순 폐-콘크리트를 손수레에 실어서 집까지 가져와야 한다. 길이라도 포장되어 있으면 모르겠는데, 포장도 안 된 농로를 따라 손수레를 끌고 100미터 정도 움직여야 한다. 일하면서 손수레가 부서져서 새로 샀다. 손수레가 부서지는데 내 몸은 멀쩡하겠는가? 목부터 아킬레스건까지 안 아픈 곳이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 종류의 돌로 개비온을 쌓으면 빈 공간만 크지 않게 하면 되는데, 나처럼 겉돌과 속돌이 다르게 하면 돌을 쌓을 때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노동력도 훨씬 많이 들어간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려다가 관절을 파괴할 판이었다.

이렇듯 안 해도 될 생고생을 하게 되면, 사람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자신의 관절을 파괴하지 않기 위함이지, 이상한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서 미쳐 돌아가서가 아님을 저절로 알게 된다. 그런데도 RISS에서 검색해보면, 마치 운동하기 전에 몸풀기 하듯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기 전에 썰풀기로 자연/인간 이분법이나 자연/사회 이분법 같은 소리를 하는 논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한 이분법 때문에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게 되었으니 그러한 이분법을 극복해야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논문을 쓰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논문 실적 채우려고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한 이분법이 인류 문명의 온갖 문제를 만들었다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런 미친 생각을 하겠는가? 육체적으로 편하게 살면서 관념의 대모험이나 하고 앉았으니까 그러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싹 다 잡아다가 친-환경 강제 노역을 시키면 관절이 적절히 파괴되면서 정신이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렇게 환경도 깨끗해지고 공론장도 깨끗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여간, 나는 내가 저질러 놓은 일을 마무리 지었다. 위험 구간에 개비온을 다 만드는 동안 다행히 담장은 무너지지 않았다. 관절을 파괴하는 와중에도 이왕 만드는 거 예쁘게 만들려고 돌의 색깔을 구분하여 개비온을 쌓았다. 한쪽은 화강암과 편마암 등으로 겉돌을 했고, 다른 한쪽은 규암 등으로 겉돌을 했다. 원래는 체스판처럼 격자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냥 세로 줄무늬로 만들었다. 지금처럼 두 층으로 20미터 정도 더 쌓고 중간중간에 계단을 네 개 만들어야 하는데, 언제 폭우가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간에 쫓기며 만들 수는 없으니 여름에는 개비온을 더 만들지 않고 가을부터 다시 만들 생각이다.






(20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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