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어떤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학원에서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독서 교실 비슷한 것을 한다. 한 아이에게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니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다. 도곡동에 사는 아이였다. 도곡동에 사는 아이든 촌동네에 사는 아이든 아이는 아이인 모양이다.
도곡동에 사는 아이에게 학원을 몇 군데 다니느냐고 물었다. 여섯 군데 다닌다고 했다. 수학 하나, 영어 둘, 국어 하나, 로봇 하나, 독서 학원 하나, 이렇게 여섯 군데 다닌다고 했다. 내가 평생 다닌 학원 숫자보다 많다. 그런데 로봇 학원? 무엇을 하는 학원인지 아이에게 물어보았는데 한참을 듣고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렇게 학원을 많이 다닌다면 학부모는 학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꼼꼼히 따지지 않을까? 그러면 내가 피곤해지는데?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독서 학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부모님이 신경을 쓰시니?” 아이의 부모님은 학원에서 나눠주는 학습지 같은 것도 살펴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약간 안심이 되었다. 아이에게 수업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에게 프로게이머로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말해주었다. 칠판에 피라미드를 그리고 1등급이 상위 4%이고 2등급이 상위 11%이고 등등 하는 것을 설명했다. 그리고 압정을 그려놓고 프로게이머로 성공한다는 것은 서울대 의대를 나와서 서울대 의대 교수가 되는 것 정도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게임 몇 판 한다고 인생이 망하는 것도 아닌데, 부모들은 몸이 달아올라서 자식들이 게임을 조금 하면 마약이라도 하는 듯 난리를 친다. 아이가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하면 부모가 안 좋아하고 아이가 게임할 때마다 혼내거나 게임하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아이에게 집에 가서 부모님께 이렇게 말하라고 했다. “엄마, 그냥 프로게이머 말고 서울대 나온 프로게이머가 될래요.” 딱히 서울대 갈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덧붙였다.
(2018.07.0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