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9

방과후학교 생활기록부에 필요한 문구를 쓰려다가



나는 아르바이트로 방과후학교 교사를 한다. 방과후학교도 정식 교과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학교생활기록부에 무언가를 적어야 한다. 학교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굳이 있는 그대로 평가할 필요는 없고 학생이 원하는 문구를 수정해서 쓰면 된다고 한다. 원래는 그러면 안 되지만, 방과후학교라는 것도 내신을 부풀리려고 하는 것이라서 어쩔 수 없다. 범죄 사실을 삭제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가. 다들 그럴 텐데.


생활기록부에 적힌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 갈 때 쓰인다고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단순히 성적 위주의 줄 세우기식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이 가진 자기주도성, 소질과 적성, 인성, 발전가능성의 잠재역량을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의 전형요소를 활용하여 다각적, 종합적 측면에서 평가하고,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라고 한다. 장티푸스 하는 소리하고 앉아 있다. “어떤 것에 관심을 보인다”, “어떤 것에 흥미가 있다”는 식의 개뻥을 근거로 그 학생의 소질과 적성과 발전가능성 같은 것을 어떻게 아는가?


백번 양보해서 교사들이 보이는 대로 적는다고 하자. 그것을 가지고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 같은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몇몇 과학 영재 빼고, 어떤 놈한테 어떤 적성이 있는지 어떻게 아는가? 경제학에 적성이 있는 학생은 어떤 학생인가? 고등학교 경제 과목은 대학에서 배우는 경제학과 별 상관이 없으므로 경제 과목을 만점 받는다고 경제학에 소질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국어국문학에 소질이 있는 학생은 어떤 학생인가? 그것을 알아볼 안목이 있는 교사가 얼마나 될 것인가. 역사책 보는 것을 즐겨한다고 역사학에 소질이 있다고 할 수 있나? 철학은 어떤가? 교사도 철학이 뭔지 모르는데 학생이 철학에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아는가?


그리고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허구헌날 인성 타령인가 모르겠다. 범죄 사실 여부나 신경 쓸 것이지 학생 선발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인성이 좋다고 허구헌날 인성 타령인가 모르겠다. 조선 시대 인성 변태도 아니고, 아직도 한국 사람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인성 같은 소리나 한다.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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