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커터칼로 종이를 자르다가 실수로 손바닥을 같이 잘랐다. 칼날이 손바닥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서 소리도 못 질렀다.
어렸을 때도 이런 식으로 다친 적이 없었는데 서른 넘어서 이런 식으로 다치니까 어처구니가 없었다. 상처가 너무 깊다고 생각하면서 손바닥을 찬찬히 봤는데 신기하게도 칼집이 손금이 끝나는 부분부터 이어져 있었다. 내가 플라나리아가 아닌 이상 이 정도 깊이로 상처가 나면 손금 형태로 흉터가 남을 것이다. 손금이 3cm 정도 길어지게 생겼다. 어느 손금이 길어지나 궁금해서 찾아봤다. 지능선이다.
어려서 보았던 SBS <토요 미스터리 극장>에서 손자의 생명선이 짧아서 칼로 그은 할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손자는 어려서부터 골골거렸는데 할머니가 손금을 늘려서 건강하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늘린 게 지능선이라니. 일부러 손바닥을 찢은 건 아니지만 이왕 찢어진 거 새 살이 솔솔 솟아나면 안 되니까 마데카솔을 바르지 않고 빨간약만 발랐다.
혹시라도 내가 나중에 교수가 되면 대학원생 때 실수로 손을 다쳐서 지능선이 늘어났고 교수가 되었다고 학생들한테 말할 것이다. 과학과 사이비 과학의 구획 문제를 소개하는 시간에 말할 생각이다.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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