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논문이 자기 자식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말에 착안하여 학위 논문에 태명을 붙였다. 석사 학위 논문의 호적상 이름이 나오기 전에 붙인 이름이었으니 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태명이나 아명은 액운을 피하기 위해 소박하게 짓는다. 옛날 명문가에서 자녀들의 태명이나 아명을 개똥이나 쇠똥이 같은 이름으로 지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소박한 이름을 지었다. 석사 논문은 박사 논문보다 얇다. 그래서 석사 논문의 태명을 “꼬맹이”(영문명 “Little Boy”)라고 지었다. 박사 논문은 석사 논문보다 분량이 두꺼울 테니, 박사 논문의 태명은 아마도 “뚱뚱이”(영문명 “Fat Man”)가 될 것이다.
액운을 막으려고 Little Boy라고 지었는데 이름대로 little하기만 한 boy가 나왔다. 이렇게 명실상부하기를 바란 건 아니었다. Little Boy가 미숙아라서 인큐베이터에 오래 있었다. 10월 중순에 논문 심사를 받으면 2월 초까지 중앙도서관에 논문 파일을 제출해야 한다. Little Boy 상태가 안 좋았다. 인문대 행정실 가서 2월 말에 논문을 제출하기로 했다. 여전히 Little Boy 상태가 안 좋았다. 중앙도서관 수서과에 가서 3월 하순에 제출하기로 했다. 졸업을 2월 하순에 했는데 3월 하순에 최종본을 제출했다. 그래도 Little Boy 상태가 안 좋았다. 아무래도 Little Boy가 나를 닮아서 그런 모양이다.
Little Boy가 내 자식인 건 맞는데 못난 자식이라 보고 있으면 화가 나기도 했다. 분명히 내가 낳았고 그 책임이 온전히 나한테 있는데도 자식 놈을 보고 있으면 화가 났다. 이 못난 자식 때문에 내 인생을 허비했고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졌고 노화가 촉진되었단 말인가. 『삼국지연의』에 유비가 아들 유선을 내던질 때 이런 마음이었나.
하여간 Little Boy가 태어났다.
(201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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