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논문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철학도 못 하는데 과학철학 논문에는 과학도 등장해서 더 모르겠다. 과학기술학에서 하는 이야기는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읽을 수 없는 양을 읽어오라고 해서 다 못 읽는다.
이번 주 과학기술학 수업 주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보건복지부 폐손상 위원회의 보고서를 읽어야 한다. 보고서가 200쪽 정도 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재판 판결문도 읽어야 한다. 판결문도 200쪽 정도 된다.
태어나서 판결문을 처음 읽는다. 법원에서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개작두를 대령하라!” 이러는 게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머리 좋은 사람은 창의적인 일을 하고 판사는 그냥 정직한 사람이 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판결문을 읽어보니 머리 나쁘고 정직한 사람이 판사 하면 큰일나겠다 싶다.
하여간 나는 옥시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이게 다 옥시 때문이다. 옥시 이 새끼들...
아니, 그런데 왜 판결문은 문장을 안 끊나. 문장 하나가 문단 하나다. 어떤 문장은 한 쪽을 넘어간다.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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