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어떠한 사안이든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간을 본다고 해서 ‘간철수’라는 소리를 듣는다. 왜 그런가?
경제학자 헤럴드 호텔링은 1929년 발표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한다. 길이가 l인 1차원 공간이 있고 두 판매자가 그 공간에서 동일한 상품을 판매한다. 구매자들은 판매자에게서 상품을 구매하여 자기가 소비하는 곳으로 상품을 가져온다. 이 때 단위 거리당 운송 비용이 발생한다. 구매자들은 운송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신에게 더 가까운 곳에 있는 판매자에게서 물건을 사게 된다. 그래서 두 구매자가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가격에 판매한다면 a구간과 x구간에 사는 사람들은 A한테 물건을 사고 y구간과 b구간에 사는 사람은 B한테서 물건을 산다.
이번에는 판매자들이 위치를 옮길 수 있다고 하자. 판매자들이 어디에 위치해야 판매량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A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x가 줄지만 a가 더 많이 늘고 B가 왼쪽으로 이동하면 y가 줄지만 b가 더 많이 늘게 된다. 결국 A와 B는 1차원 공간의 한가운데에서 만나게 된다. 호텔링은 자신의 모형을 통하여 민주당과 공화당처럼 양당 체제의 두 정당이 서로 비슷해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1차원 공간을 이념 스펙트럼이라고 하고 판매자를 정당이라고 하면 그러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안철수는 왜 간철수 소리를 듣는가? 이 또한 호텔링 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Lerner와 Singer가 1937년에 발표한 논문은 경쟁자가 두 명 이상인 상황을 가정한다. 호텔링 모형에서 경쟁자가 두 명이면 균형이 존재하지만, 경쟁자가 세 명이면 균형이 존재하지 않고 중간에 있는 한 명이 나머지 두 명 사이를 끊임없이 왔다갔다 한다. 왔다갔다 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간을 보는 행위가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간을 보는 것과 비슷해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간을 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호텔링 모형이니 뭐니 경제학적 해석 그딴 거 다 필요 없고 안철수 개인이 원래 그런 게 아니겠냐는 통속적 해석도 가능하다. 분명히 내 머리로는 경제학적 해석이 맞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통속적 해석이 끌린다.
* 참고 문헌
Julian Reiss (2012), “The explanation paradox”, Journal of Economic Methodology, 19(1): 43-62.
(201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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