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4

얼룩 고양이 새끼를 고양이 장수에게 넘긴 날

    

주말에 집에 갔는데 얼룩고양이가 안 보였다. 어디 마실 갔나 했는데 어머니는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고양이 죽었어.” 화요일부터 안 보여서 어디서 죽었나 싶었는데 금요일에 매실 나무 밑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뭘 잘못 먹고 죽은 건지 차에 치어 죽은 걸 매화나무 밑에 놓은 건지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얼룩고양이 입 주위가 까만 걸 봐서는 쥐약 같은 걸 잘못 먹고 죽은 것 같기도 하다. 얼룩고양이는 못 생긴 게 미련하기까지 하다고 어머니께 그렇게 구박을 받았는데 결국은 그렇게 죽었다. 얼룩고양이의 새끼들은 자기 어미가 죽은 것도 모르고 현관문 앞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얼룩고양이 새끼들도 얼룩고양이처럼 어머니한테 구박을 받았다. 어머니는 얼룩고양이 새끼들이 어미 닮아서 못 생기고 미련하다고 못마땅해 하셨다. 화천이는 차 소리만 듣고도 어머니 마중을 나올 만큼 똑똑하고, 화천이 새끼들도 화천이를 닮아서 똑똑하다. 화천이 새끼들은 똑똑해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도 똥은 마당에 싸고 노는 건 현관에서 놀았다. 얼룩고양이 새끼들은 이걸 반대로 했다. 얼마나 미련한지 똥은 현관문 앞에 싸고 노는 건 마당에서 놀았다. 새끼 네 마리가 돌아가며 현관문 앞에 똥오줌을 싸니 집에서 항상 똥오줌 냄새가 났다. 한참 크도록 그 모양이었다. 결국 얼룩고양이 새끼들을 옆 동네 고양이 장수한테 넘겼다.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화천이 새끼들은 현관문 앞에 똥을 싸지 않았고, 화천이는 언제나처럼 어머니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얼룩고양이의 새끼가 사라진 직후, 노란 고양이는 평소와 달리 사료를 먹지 않았다. 밥그릇에 입도 대지 않고 현관문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린 채 엎드려 있었다.

우리 집에 있던 고양이들 중 새끼들을 도맡아 키우던 것이 노란 고양이다. 화천이는 워낙 제멋대로라 자기 새끼한테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고, 얼룩고양이는 모자란 놈이 젖도 모자라서 자기 새끼한테 젖을 충분히 주지 못했다. 어머니가 노란 고양이의 새끼들을 고양이 장수에게 넘기자, 노란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의 새끼들을 자기 새끼처럼 젖을 먹여 키웠다. 화천이나 얼룩고양이처럼 마실을 다니지도 않고 항상 집에 붙어있으면서 새끼들에게 젖을 먹였다. 그렇게 키우던 얼룩고양이 새끼들이 없어지자 노란 고양이는 사료를 먹지 않았다.

나는 노란 고양이 옆에 가서 앉았다. 고개를 돌린 채로 엎드려있던 노란 고양이는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려 힐끔 보고는 다시 고개를 창고 쪽으로 돌렸다. 고개를 돌리기는 했지만 자리를 뜨지는 않았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노란 고양이의 목덜미를 주물렀다. 노란 고양이는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그르릉 그르릉 소리를 내며 엎드려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엎드려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노란 고양이는 네 발로 일어서더니 밥그릇 앞에 가서는 밥그릇에 있는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밥그릇 안에 있던 사료를 다 먹고는 다시 현관문 근처에 엎드렸다.

(201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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