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7

어머니 친구의 자식 자랑

     

지난 주말, 어머니는 고등학교 동창 모임을 다녀오셨다. 거기서 유독 한 친구가 자식 자랑을 해서 어머니는 “그렇게 자랑하려면 커피라도 사고 자랑해라”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 친구는 친구들한테 커피를 사고 카페에서 자식 자랑을 이어갔다. 자식 자랑할 게 없는 다른 친구는 해외여행 다녀온 자랑을 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뭐 그렇게 자랑을 하느냐, 재미없는 이야기를 듣느라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고 하셨다. 어머니 친구의 자식이 그렇게 전도유망한지는 모르겠는데, 솔직히 현재로서는 어머니 친구의 자식 상태가 내 상태보다는 나아 보인다. 그래도 나는 호기롭게 말했다. 사실, 그럴수록 더 호기롭게 말해야 하는 법이다. “내가 겨우 그런 거 하려고 지금 이러는 게 아니에요. 몇 년만 있어 봐요. 그런 건 아무 것도 아니니까.”
  
백수인 내가 남의 직업을 비하하려고 그런 말을 한 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호기로운 모습을 보여야 부모가 조금이라도 안심을 한다. 자식이 대학원생인데 “공부할수록 느끼는 건데 저는 공부가 체질에 안 맞나 봐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부모는 속이 뒤집힌다. 부모가 어린 자식의 정서 발달을 위해 산타할아버지가 존재한다고 거짓말을 하듯, 다 큰 자식도 부모의 정서 안정을 위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다.
  
내가 호기로운 모습을 보이자 어머니의 표정은 조금 밝아졌다. 그래도 어머니는 아직 짜증이 다 풀리지 않은 듯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니, 지들이 미국놈이야? 왜 아메리카노를 마셔?” 어머니 친구들은 아메리카노를 마셨고, 어머니는 라떼를 마셨다고 한다.
  
  
(201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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