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유치원 다닐 때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다. 어느 날은 내가 분무기를 가지고 동생에게 장난을 쳤다. 동생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계속 했고, 동생은 참고 참다가 결국은 참지 못하고 “하지마, 개새끼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되면 꼼짝없이 내가 한 짓이 발각될 상황이었고, 나는 동생을 괴롭혔다고 어머니께 혼날 것이 분명했다. 나는 곧장 어머니께 달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동생)이가 저보고 개새끼래요.”
이 말은 들은 어머니는 빗자루를 들고 쫓아오셨고 동생은 어머니께 싹싹 빌었다고 한다. 피해자인 동생은 가해자가 되었고, 이렇게 한 방에 판을 뒤집은 나는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이건 순전히 동생의 증언이고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일이라 얼마나 믿을만한지는 모르겠으나, 동생의 증언이 말고도 어렸을 적 내 상태가 꽤 괜찮았음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몇 개 더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키도 성인기의 최종 키가 중요하듯 지능도 성인기의 지능이 중요하다. 어렸을 때 나는 또래 중에 키가 큰 편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땅딸만한 아저씨가 되었고, 어렸을 때 나는 애 치고는 똑똑한 편이었던 것 같은데 불행하게도 지금은 그저 그런 멍청한 아저씨가 되었다.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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