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일수록 교리 변경이 쉽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통일교를 보자. 통일교의 문선명은 “참부모”이자 “재림주”이므로 죽으면 안 될 텐데, 당연하게도 2012년에 죽었다. 문선명 사후 그의 아들들이 통일교를 두고 싸우다, 문선명의 부인인 한학자가 통일교를 접수해서 “참어머니”이자 “독생녀”가 되었다. 이게 무슨 왕자의 난을 측천무후가 진압한 상황인가 싶지만, 하여간 주요 교리가 하루아침에 뒤집혔는데도 통일교는 잘 굴러갔던 모양이다.
반면, 고등 종교 반열에 드는 종교들은 비-신자가 보기에 별거 아닌 것을 가지고도 죽기 살기로 싸운 전력이 있다. 325년 제1차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한 삼위일체 교리를 보자. 한국의 여느 교회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의 개신교 광신도에게 삼위일체 교리와 아리우스파와 네스토리우스파의 입장을 병렬하여 보여주었을 때, 이단인 두 입장을 정통 교리와 구분하고 이게 이단이라며 펄펄 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상당수는 목사가 아멘 하라고 하면 아멘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리우스파는 유럽 전역에서 탄압받아 죽거나 삼위일체를 받아들였고, 네스토리우스파는 도망치다 당나라까지 이르러 “경교”(景敎)라고 불렸다. 한국 개신교의 장로교에서 통합과 합동이 갈라져서 싸울 때도 신도들 대부분은 둘이 왜 싸우는지 이해를 못했다고 하는데, 하여간 어떤 해석을 놓고 죽네 사네 싸웠다고 들었다.
내가 많은 사례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몇 사례만 놓고 보면 교리 변경의 쉬움과 어려움을 고등 종교와 사이비 종교를 가르는 구획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구획 기준에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나름대로 기준이 될 수 있다면, 교리를 놓고 벌어지는 고등 종교와 사이비 종교의 차이가 왜 생기는지를 설명하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 같다.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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