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8

검은 개를 구조하다



아직 덜 자란 까만 개가 목에 쇠사슬로 된 목줄을 달고 우리집 밭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을, 사랑방에서 작업하다가 창문 너머로 보았다. 개가 뛰어갈 때 쇠목줄이 시멘트 바닥에 긁히며 짤랑짤랑 하는 소리가 나서 보게 되었다. 개는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고, 고음으로 낑낑거리는 소리가 났다. 풀 나지 말라고 밭에 깔아둔 검정 천에 목줄이 걸려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밭에서 일하던 어머니는 집으로 들어오려는데 개가 하도 낑낑 짖어대고 펄쩍펄쩍 뛰고 난리여서 곧장 집에 오지 못하고 밭 주변을 빙 돌아서 집으로 오셨다. 어머니는 나보고 어떻게 해보라고 하셨다. 나는 왼손에 쇠 파이프 하나를, 오른손에 나무 막대기를 쥐고 개한테 다가갔다. 역시나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쇠 파이프로 개와의 거리를 확보한 뒤 나무 막대기로 목줄의 손잡이 부분을 살살 끌어당겼다. 목줄 중간에 튀어나온 쇠 부분이 천에 단단히 걸려 있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오른손으로 천에서 목줄을 떼어내려고 시도하자마자, 그렇게 맹렬하게 굴던 개가 갑자기 온순해졌다. 혀를 쭉 내밀고는 꼬리를 흔들었다.

목줄이 천에 단단히 걸려서 떨어지지 않는 데다, 개가 목줄을 길게 끌고 돌아다니다가 다른 곳에 걸리면 그때는 정말 위험하겠다 싶어서, 개의 목을 감싼 빨간 천 부분과 철로 된 목줄을 분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절단기를 가져오려고 했는데, 목줄을 자세히 보니 빨간 천 부분과 철제 목줄을 철사를 꼬아 연결한 것이 보였다. 나는 개를 안심시키느라 개 앞에 쪼그려 앉아있었고, 어머니를 불러 펜치를 가져와달라고 했다. 펜치로 철사를 푸는 내내 개는 혀를 쭉 내밀고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철제 목줄에서 풀려난 개는 몇 번 뒤를 돌아 나를 보다가 어디론가 갔다. 그렇게 풀숲으로 들어가더니 어디론가로 가버렸다.

(202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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