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1

모텔 경제학



이재명의 호텔 경제학에서 찜찜한 부분이 있다. 호텔에 10만 원에 들어왔을 때, 호텔 사장은 가구점에서 침대를 구입하고, 가구점 사장은 치킨을 주문하고, 치킨집 사장은 문구류를 주문하는데, 왜 문방구 주인만은 호텔에서 투숙하지 않고 호텔에 빌린 돈을 갚는가? 문방구 주인도 모처럼 호텔에서 기분을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호텔이 금융기관도 아닌데 문방구 주인은 왜 거기서 돈을 빌리는가? 문방구 주인이 호텔에서 기분 내는 것으로 경제 순환을 끝내고 “저출산 문제, 이재명이 해결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안 되나?


호텔 경제학이 가능하다면, 모텔 경제학도 가능할 것이다. 어느 섬에 대학생 커플이 놀러 왔다고 해보자. 커플 중 한 사람이 각방을 쓰자며 10만 원을 내고 방 두 개를 달라고 했다. 모텔 사장은 마이너스 통장에 5만 원을 입금했고, 그의 딸은 남은 5만 원으로 가구점에서 침대를 구입했다. 가구점 주인의 아들은 치킨집에서 5만 원어치 치킨을 구입했고, 치킨집에서는 문방구에서 5만 원어치 물품을 구입했고, 문방구 사장 부부는 아들한테 숙제하고 있으라고 하고 모텔에 갔다. 문방구 사장 부부가 모텔에 묵는 사이에, 커플 중 다른 사람이 “너는 돈을 왜 함부로 쓰느냐”고 화를 내고는 모텔 사장에게 방 한 개만 달라고 했다. 모텔 사장은 주말이라 마침 방이 하나만 남았다고 하면서 대학생 커플한테 방 하나만 주고 5만 원을 돌려주었다. 대학생 커플은 10만 원을 쓰려다 5만 원만 썼을 뿐인데, 그 섬의 모텔, 가구점, 치킨집, 문방구에 모두 돈이 돌게 되었고, 경제적인 부분 이외에도 행위자들의 어떠한 효용이 증가하게 되었다.

모텔 경제학의 예시와 관련하여, 시대에 맞지 않게 너무 구리다는 비판이 가능할 것 같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나는 그와 같은 상황인 것으로 추정되는 커플의 모습을 2021년 인천 옹진군 영흥도에서 보았다.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는 섬이라 배편이 끊기지도 않는 섬인 데다, 남녀 커플이 멀쩡하게 승용차 끌고 섬에 와 놓고서는, 여자는 화를 내며 당장이라도 집에 돌아갈 듯이 굴고 남자도 화를 내며 여자의 손목을 잡아끄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러한 커플의 모습을 보고 나서 혼자서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너 섬에서 나와 기숙사 1인실로 돌아왔다.

(202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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