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1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가



내 집의 주인은 나인가? 그렇다. 내 명의로 된 집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집을 팔 수도 있고 이 집으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나의 어머니는 이 집의 주인인가?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대충 이 집의 주인으로 간주할 수 있다. 어머니는 나와 가족관계를 유지하며 같은 집에 산다. 어머니가 이 집의 주인이라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엄마가 이 집 주인이 아니고 집 주인인 나의 동거인일 뿐이지”라고 말한다면, 법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불효자 새끼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내가 법적으로는 내 집의 주인이지만 나의 소유권만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데, 내가 정신이 살짝 돌아서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비트코인을 사려고 한다고 해보자. 내 집인데 내 돈으로 투자도 못 하나? 그러면 안 된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산다면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때 어머니는 이 집이 나 혼자만의 집이 아니며 어머니도 집의 주인이라고 주장한다고 해보자. 법적으로는 틀린 말이지만 그렇게 이상한 말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머니가 이 집의 주인이 아님을 확인받는 상황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어머니가 미쳐서 집을 팔아 허경영한테 돈을 갖다 바치려 한다고 해보자. 다행히 나는 제 정신이라 이를 반대했는데, 어머니가 살짝 미친 게 아니고 단단히 미쳐서 등기권리증 등 주요 문서를 탈취하고 사문서를 위조하려다 나한테 걸렸다고 해보자. 어머니는 이 집에 대한 법적 권리가 없음을 확인받고 쫓겨나게 될 것이다.

이런 사례를 본다면, 이 집이 내 집이라고 주장할 때, 해당 발언이 정당화되는 일종의 맥락이나 층위가 있는 것 같다. 어떤 것이 법적으로 A의 소유가 분명하다고 하더라도 해당 물건에 대한 B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지지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회적 지지가 작동하게 하는 B의 행동 범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B가 그 범위를 넘어선 행동을 하게 되면 그러한 사회적 지지가 사라지거나 무력해진다.

여기서 질문을 약간 바꾸어 보자. 학교는 학생들의 것인가? 법적으로 사립학교는 재단의 것이다. 그런데도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이 먹히는 맥락들이 있다. 이사장이 학교 재산을 빼돌리려다 걸린다든지, 등록금은 더럽게 많이 받아먹는데 교육은 개똥같이 한다든지, 학생이 학교에서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할 때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은 법적으로는 틀렸지만 사회적으로 통용되며 정당화된다.

그래서 학생들이 사회적인 지지를 받아 학내에서 시위를 하든 건물을 점거하든 무언가를 할 때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 법적으로 학교의 주인이 재단임을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법적 층위가 드러나면 사회적 지지든 뭐든 모든 게 무력해진다. 이런 것도 일종의 기술이라서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시위나 운동에서도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동덕여대 사태를 보자. 동덕여대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며 염병들을 떨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학교의 주인은 재단임을 만천하에 드러나게 했다. 학교 재단이 재물손괴로 학생들을 형사고발하고 이후 원상복구와 관련된 민사소송이 진행된다고 해보자.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학생인가? 아니다. 내가 내 것의 가치를 손상시켰다면 누가 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는가?

동덕여대 학생들은 굳이 말을 안 해도 모두가 아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보여주었다. 멍청하고 근본 없는 것들의 분별없는 난동은 언제나 해로울 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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