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2

이세돌 기사 초청 강연을 다녀와서



이세돌 기사 초청 강연 <인공지능과 창의성의 미래>를 들었다. 이세돌 기사가 인공지능과 창의성의 미래에 대하여 그렇게 대단한 것을 말할 것 같지는 않았으나, 인공지능을 마지막으로 이긴 인간 기사의 소회 같은 것은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을 것 같아서 강연을 들으러 갔다. 강연 내용은 충분히 좋았다. 프로기사가 바둑을 어떻게 대하는지, 인간보다 강력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긴 사람이 대국 당시에 무엇을 느꼈는지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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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의 내용을 정리하면 대강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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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은 다섯 살 때 바둑 배우고, 열두 살부터 프로기사가 됨.

- 바둑을 보드게임이나 마인드 스포츠가 아닌, 예술로 배웠음.

- 바둑을 둘이 만드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바둑을 둠

- 바둑을 보드게임이나 마인드 스포츠라고 생각했다면 바둑에 인생을 걸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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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가 되는 순간 아무도 건들지 않음. 그때부터는 혼자서 공부함. 다른 사람이 공부하자고 하지도 않음. 혼자서 길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공부함.

- 인터넷이 연결된 다음부터 공동연구가 시작됨.

- 중국에서 공동연구가 시작되고, 중국의 영향을 받아서 한국도 공동연구를 시작함.

- 이세돌은 공동연구가 바둑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바람직하게 바라보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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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알파고와의 대국 제안을 받았을 때 구글에서 이벤트 하는 줄 알고 별 고민 없이 받아들였음. 진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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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전에 이미 알파고는 다른 인간 기사와 대국한 것으로 보임.

- 한국의 중급 프로기사들이 뜬금없이 런던으로 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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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 이후에는 바둑계에 천지개벽이 일어남.

- 2017년부터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깔림.

- 기사들이 공동연구 대신 인공지능과 대국하고 암기함. 50수까지 (인공지능의 수를) 외우고 그 다음에는 인공지능의 감각을 익힘.

- 그런 식으로 바둑을 배웠다면 이세돌은 바둑을 하지 않았을 것.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안 하면 점수가 안 남.

- 인공지능이 이세돌보다 두 점 더 셈.

- 바둑과 암기는 완전히 떨어져 있음. 정석이라는 틀을 보고 잊어버리라고 함. 틀에 갇히면 안 되기 때문에 참고만 하는 정도임.

- 암기와 동떨어진 입장에서 다시 암기하려니 힘듦.

- 지금 프로바둑은 50수까지는 굉장히 빨리 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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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의 기보는 현재 바둑 교육에 전혀 쓰이지 않음.

- 기보에 역사적 가치는 있을 수 있지만 내용적 가치는 없음.

- 그러면 기보에는 다른 가치는 없나? (대국하는 기사의) 의도가 들어가 있지 않나?

- 그런데 지금의 인공지능은 의미가 없나? 내용적으로는 (인간의 기보보다) 더 위지 않나?

- 어떤 프로기사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도입할 때) 인공지능이 자기의 틀을 깨주어서 더 좋다고 했음. 그런데 7년이 지난 현재는 인공지능이라는 틀에 갇힌 것 같다고 함.

- 예술 등에 인공지능이 침투하는 중이라고 하는데, 바둑은 이미 침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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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은 굉장히 빠른 나이에 은퇴했음.

- 자부심을 느끼며 바둑을 했고, 다른 사람에게 바둑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믿었는데,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자기 자신에 대해 한심한 느낌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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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와의) 4국에서 둔 수는 완전히 작전을 짜고 들어간 것임. 오직 이기기 위해서, 버그를 일으키기 위해서 한 것임.

- 인간과의 대국에서 그렇게 작전을 짠 경우는 없음. 한 번도 그렇게 바둑을 두지 않았음.

-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일주일, 한 달이 지나고 나서 이게 맞았나 하는 생각이 듦

- 프로니까 승부가 중요한 것인데, 사실 바둑에서 승부는 사실 중요하지 않음.

- 바둑은 일종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기 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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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바둑에서 창의성이란 어떤 것인가?

- (알파고와의 대국 이전에는) 창의성이 없는 바둑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음.

- 영감을 주지 않는 바둑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함. 이기고 지고는 중요하지 않음.

- (대국할 때) 새로운 것들을 담으려고 함. 의도를 담음.

- 바둑에서 창의성은 90% 이상, 절대적이라고 생각했음.

- 예전이면 창의성이 없는 바둑이 이길 수는 없고, 창의적으로 두어야만 이길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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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바둑에서 승률과 창의성은 어떤 관계인가? 승률은 낮지만 창의적인 것도 가능한가?

- 승률과 창의성은 비례함.

- 이창호의 바둑을 처음 본 일본 기사들이 “이게 뭐지?”라고 함.

- 이창호의 바둑을 두고 창의적이라기보다는 계산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깊게 생각해 보면 굉장히 창의적임.

- (이창호) 이전에는 20수, 30수만 넘어가도 누가 두는지 알 수 있었으나, 이창호는 그 수 이상을 두어야 이창호인 줄 알 수 있었음.

- 알파고 이전에는 개성, 창의성이 절대적이었음.

- (이창호 이전에는) 형세 판단, 끝내기를 그렇게 중요시하지 않았는데, 이창호는 형세 판단, 끝내기를 상당히 중요시했음. 처음에는 이를 굉장히 이상하게 보았음.

- 형세 판단, 끝내기로 이끌어가는 것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든 것이고 그렇게 만드는 게 굉장히 재미있음

- 아마추어는 이창호 바둑을 재미없다고 하지만 프로 입장에서는 굉장히 재미있음. 기력이 올라갈수록 그 가치를 느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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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자기만의 바둑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는가?

-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다 보니 만들어지는 것임.

- 스타일을 만들려고 의도하지는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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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프로에게 승패도 중요하지 않은가?

- 처음 시작할 때부터 승패에 집중하면 안 됨

- 나중에는 수익 생각하게 되고, 수 읽기 능력, 집중력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 오게 되지만, 그런 것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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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창의적인 바둑을 두게끔 하는 훈련법이 있는가?

- 바둑은 편차가 심함. 운동은 과학적인 훈련을 하지만 바둑은 그런 것이 없음.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름.

- 프로는 터치가 없고 알아서 하라고 함. 이에 대해 답답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세돌은 그게 좋았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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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대국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존중, 배려, 책임이 중요함.

-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음.

- 프로는 한 수 한 수에 다 책임을 지고 의도를 가져야 함

- 잡생각이 들거나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무의미한 수가 나오기도 함.

- 같은 프로라서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후배 기사들을 보면 무책임한 수를 두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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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기사가 한 수 한 수에 책임을 진다는 게 놀랍다.

- 명국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은퇴할 때까지 못 만들었음. 혼자 잘 두어서는 안 되고 상대방도 잘 두어야 하는데 한 수 한 수 책임을 지지 않으면 명국이 될 수 없음

- 명국을 만드는 게 목표인 프로기사들이 굉장히 많음.

- 내가 한 수를 망치면 명국을 만들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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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알파고와 그 이후의 프로그램

- 알파고와 1국 때 사실상 30수에 끝남. 내용적인 의미는 없음

- 1국 끝나고 웃는데 그건 심각성을 몰라서 그런 것임. 실수했다고 생각했음.

- 2국 때 사진은 굉장히 심각함. 최선을 다해서 두었는데 힘 한 번 못 써보고 졌고, 거기서 오는 충격, 절망감이 컸음. ‘이거 안 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

- 3국부터 작전을 짰음. 수가 많아질수록 인공지능이 계산을 잘할 것이니 극초반에 승부를 보자고 생각했으나 실패함.

- 인공지능은 수많은 알파고들끼리 대국하므로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가질 것임. 기계는 계산을 하지만 인간은 경험을 통해 감각을 익힘. 인간은 돌이 놓여야 계산을 할 수 있어서 한두 수 둔 것 가지고 계산을 할 수 없음.

- 4국 때는 극초반에 (승부를 보면) 안 되고 돌이 많아지면 또 안 된다고 생각함.

- 50수까지는 바둑이 나쁘더라고 끝나지 않는 정도로 그냥 견딤.

- 돌이 더 많아 지면 알파고가 완전해질 것 같아서 100수 전에 승부를 보기로 함.

- 70-80수에서 승부를 보자고 했고, 버그가 일어남.

- 정수가 아닌 것 같지만 일단 가자고 한 것도 처음이고, 초반에 버티자고 생각한 것도 처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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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그런데 거기서 (승부를 본 것을) 인간의 창의성이라고 하지 않나?

- 버그를 일으킨 게 뭐가 대단한가? 그 당시 초기 버전이라 그런 것이었음.

- 중요한 건 타이머였음. 50초인가 1분 안에 두게 되어 있었는데, 만일 이를 2분, 3분으로 늘렸다면 버그가 안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음

- 완벽한 작전인 거고 이건 바둑이라고 할 수 없음.

- 이것이 은퇴에 영향을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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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대국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알파고는 어땠는가?

- (알파고 관계자가 말하기를) 최선의 수를 찾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는데 자본이 너무 들어서 승률을 높은 수를 찾도록 했다고 함. 그래서 딱 봐도 둔 게 이상함.

- 그 당시는 승률이 높은 수라는 개념도 생소했음. 기괴하다고 해야 하나?

- 중국에서 바둑 프로그램 나온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알파고를 거의 비슷하게 베껴서 승률 높은 수를 찾는 프로그램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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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알파고와는 명국은 불가능한가?

- 불가능함. 최선의 수를 찾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 바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복기임.

- 너는 왜 이렇게 두었느냐(는 대화)를 해야 바둑이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인공지능은 대화가 불가능하므로 명국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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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인간 기사와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 복기하면서 가장 창의적인 수가 나옴. 승패를 완전히 떠났기 때문임. 거기서 많은 영감을 얻음. 그래서 복기가 바둑의 핵심이고 굉장히 재미있음.

- (이세돌이) 이기면 진 사람 잡아놓고 복기하기 그런데, (이세돌이) 지면 (복기할) 명분이 있으니 한두 시간 정도 복기함.

- 중계를 안 해서 그렇지 대국이 끝나면 복기함.

- (알파고와의 대국이 끝난 후에는) 알파고와 복기한 것이 아니라 인간 프로기사를 불러서 복기했는데 절망적이었음.

- 이창호는 이거 이길 수 없으니 나머지 판은 편하게 두라고 함.

- 이창호도 4국처럼 두는 방법을 알았을 것임. 알파고의 약점을 파고들 방법을 알았을 건데 거기에 담겨 있는 뜻이 있지 않을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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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인터넷 바둑에서도 복기하지는 않았을 텐데 지금도 그런 식으로 하는 거 아닌가?

- 2000년대부터 그랬는데 이세돌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음. 상대방이 (앞에) 앉아있지 않아서 책임질 수 없는 수를 두게 되는 경향이 있어서 좋아하지 않음.

- 후배 기사들은 인터넷 바둑을 많이 두었음.

- 선배 기사들은 인터넷 바둑을 좋아하지 않았음. (바둑 두는) 맛이 없다고 함.

- 후배 기사들은 이러면서 연습하는 거 아니냐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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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수학이나 이론 물리학 하는 사람도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칠판 하나 놓고 대화하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하는데, 바둑의 경우는 이와 다른가?

- 모여서 생각을 공유하면 뭐가 나오나?

- 기사들끼리도 그런 자리가 만들기도 하지만, 탑 랭커들은 그 자리에 없음. 필요성을 못 느꼈을 수 있고 그것을 좋게 보지 않음.

- 미술과 비슷하다고 보면 좋을 것 같음. 이렇게 그려라 어쩌라 이러면 싫어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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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알파고 이후에 바둑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 기사들이 50수까지는 인공지능 보고 따라 함.

- 예술은 정답이 없어야 예술인데 이건 그냥 보드게임이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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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둑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서 그런지 이세돌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놀라웠다. 대국자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아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바둑은 암기가 아니라는 것도 그렇다. 승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든가, 목표는 명국이라든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아저씨들이 동네 기원에서 말할 법한 바둑 격언이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내가 바둑을 못 두니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프로기사는 바둑을 단순한 게임 이상의 어떤 것으로 본다는 것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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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기한 건 신기한 거고, 이세돌의 강연과 질의응답을 들으면서 몇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이세돌은 알파고 이전의 바둑과 이후의 바둑이 달라졌다고 하고, 바둑을 모르는 내가 얼핏 듣기에도 무언가가 많이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무엇이 달라졌는가? 왜 알파고 이전의 바둑은 바둑이고, 왜 알파고 이후의 바둑은 보드게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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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세돌은 그에게 처참하게 진 사람들이 겪었을 경험을 알파고를 통해 뒤늦게 겪은 것일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이세돌보다 두 점 세다고 한다. 이세돌보다 두 점 약한 기사들이 이세돌과 대국했다면 어떻게 느꼈을까? 이세돌의 기풍과 의도와 개성을 느낄 수 있었을까, 아니면 자기와 기력이 비슷한 동료들과 대국할 때와는 전혀 다른 어떤 존재와의 파악하기 힘든 대국으로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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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SF적인 상황을 가정해 보자. 지금의 예측보다 훨씬 빨리 기술이 발전해서 가까운 미래에 강화 인간이 나왔다고 해보자. 팔다리는 물론이고 두뇌까지도 강화할 수 있어서, 최정상급 프로기사의 경우 강화 인간이 되기로 마음만 먹으면 알파고 초기 버전까지는 충분히 될 수 있다. 가까운 미래라 이세돌은 노화도 얼마 안 겪었고 기력도 변함없다. 강화 인간이 되기를 거부한 이세돌은 예전 일을 떠올리며 강화 인간과 대국한다. 알파고와의 대국에서와 달리 이번에는 상대방과 복기할 수도 있고 어떤 수를 어떤 의도로 두었는지도 물을 수 있다. 그렇게 몇 판 두고 복기를 한 다음 다시 두었다고 하자. 이세돌은 강화 인간의 수에서 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까? 강화 인간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알파고와의 대국이 기괴했던 것은 알파고에게 의도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고, 강화 인간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면 알파고와의 대국이 기괴했던 것은 알파고의 바둑 능력이 기존의 인간 기사를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일 것이며 다른 요소 때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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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을 약간 변형한다면, 튜링 테스트와 비슷하게 이세돌 테스트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튜링 테스트에서 대화하는 상대방이 인간인지 인공지능인지 모르게 하고 온라인 채팅으로만 상대방과 대화했던 것처럼, 이세돌 테스트에서는 상대방이 인공지능인지 강화 인간인지 모르게 하고 온라인 바둑으로만 상대방과 대국하게 한다고 해보자. 이 때 이세돌은 의도가 있는 강화 인간과 의도가 없는 인공지능을 구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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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바둑을 단순한 보드게임이 아닌 바둑이게 하는 무언가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은 아닐까? 전쟁 기술이 발전하면서 귀족들끼리 하던 전쟁에서 전쟁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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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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