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7

글쓰기 과제 첨삭의 무용함



내가 학부수업 강사 일을 하면서 글쓰기 수업 조교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글쓰기 수업을 맡은 대학원 선배가 개인적으로 아는 대학원생이 나 말고는 없어서(그 선배가 아는 다른 대학원생들은 모두 박사가 되거나 그만두었다), 의리상 글쓰기 수업 조교 일을 또 하게 되었다. 학교 규정상 같은 학교의 강사 일과 수업 조교 일을 동시에 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다른 학교의 강사 일은 해도 된다고 해서 강사와 조교를 병행하게 되었다.

학부 전공수업 강사 일과 글쓰기 조교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그래도 대학원생에게 지원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것이다. 노동 시간당 단가로 따지면 강의하는 것보다 조교 업무할 때 받는 돈이 더 많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 수업 조교 일은 아무리 봐도 무가치한 일인 것 같다는 것이다. 일거리 없는 대학원생에게 돈을 나누어 주려고 불필요한 노동을 시키는 것인가 싶을 정도다.

학교에서는 글쓰기 과제물에 첨삭을 좀 하면 학생들 글솜씨가 향상되는 줄 아는 모양인가 보다. 학교에서는 글쓰기 수업뿐 아니라 일반 교양수업에서도 일정 분량 이상의 첨삭을 수업조교에게 요구한다. 글쓰기 과제물에 첨삭을 하는 것이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으나, 그래서 개선 효과가 어느 정도 되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거의 없거나 있기는 있더라도 투입되는 노동량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첨삭은 이미 쓴 글에서 일정 부분을 고치라고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구조 자체가 망한 글을 가져오면 첨삭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글의 구조가 망했으면 일부분을 고치라고 할 것이 아니라 글을 다시 쓰게 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멍청해서 구조부터 망한 글을 써오는 것이 아니다. 구조가 망한 글을 쓰게끔 하는 과제를 내주기 때문에 그에 부합하는 과제물을 가져오는 것뿐이다. 글쓰기 수업하는 선생님들이 미쳐서 그런 과제를 내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 과제를 내주게끔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이상하게 짰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제물에 첨삭 좀 해준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건물에 심각한 설계 결함이 있다면, 방수 페인트를 칠하든 일반 페인트를 칠하든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첨삭이 의미가 있는 것은 전반적으로 틀에 맞추어 쓴 글에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는 경우이다. 글쓰기 프로그램 기획하는 선생님들이 자기들이 학술지에 투고한 원고의 심사본 받을 때의 경험을 고려하여 글쓰기 수업에서의 첨삭을 강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학술지의 경우와 글쓰기 수업의 경우는 아예 다르다. 선생님들이 학술지에 투고하는 원고는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받는 글이고, 글쓰기 수업의 과제물은 데스크 리젝(desk reject)되는 원고도 안 된다. 첨삭이 약발이 거의 안 받는 상황인데도 학교에서는 일정 분량 이상의 첨삭을 요구한다.

학생들에게 구조에 맞추어 글을 쓰게끔 프로그램만 짠다면 조교 없이 강사 혼자 수업을 진행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 쓴 글의 문제점이야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굳이 한 편 한 편 첨삭할 필요 없이 학생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표본 몇 개를 보여주며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고 어떤 것을 고치면 된다고 말하면 된다. 오히려 한 편씩 첨삭하는 것보다 학생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효율적일 뿐 아니라 효과적일 수도 있다. 첨삭한 것이야 받고 안 보면 그만이지만, 학생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면 억지로라도 듣게 될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학생들이 추가로 질문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무 명 모아놓고 10분 동안 말하면 되는 일을 가지고 학교에서는 한 편당 15-20분씩 스무 명 어치 첨삭을 하라고 한다. 불쌍한 대학원생들에게 돈을 주려고 하면 그냥 주지, 왜 무가치한 노동을 시키고 돈을 주나? 글쓰기 수업 이수 학점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한 수업당 학점은 절반으로 줄이고 수업 수를 두 배로 늘리면 한 수업당 학생 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대학원생들한테 무가치한 수업 조교 일 대신 글쓰기 수업 강사 일을 시키는 게 지금보다는 더 낫겠다.

글쓰기 수업 전체 계획에 따르면, 강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학생들에게 연구도 안 할 연구계획서를 써오라고 하고, 논증도 할 수 없는 주제를 선택할 수밖에 해놓고 논증 에세이를 써오라고 하고, 발표도 안 할 건데 포스터 발표를 만들어오라고 하고, 그렇게 만들어온 것을 가지고 고만고만한 학생들끼리 몇 주씩이나 뭘 잘 했네 뭘 못 했네 하며 토론하게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다 없애야 한다. 단행본이든, 논문이든, 학생들하고 몇 주씩 같이 읽으면서 구조를 분석하게 한 다음에 과제를 내주게 해야 한다. 서론은 어떻게 쓰네 본론은 어떻게 쓰네 하며 아무 감도 안 잡히는 수업이나 듣게 만든 다음, 할 수 없는 과제나 할 필요 없는 과제를 내주고 학생들끼리 몇 주씩 토론하게 만드는 것은, 학부생들 시간을 갖다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교들이 과제물 첨삭을 백날 해봐야 대학원생들의 아까운 노동력만 허비하게 될 뿐이다.

* 뱀발

학교에서는 글쓰기 수업 강사들에게 일정 분량 이상의 첨삭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라고 요구한다. 학교에서 정말로 첨삭에 교육 효과가 있다고 믿어서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강사들을 믿지 못해서 일종의 증거 자료로 과제물 첨삭을 요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4.11.27.)


2025/01/23

옆집의 국유지 무단점유 사실을 공식 확인하다



옆집에서는 우리집이 송사에 얽힌 것을 기회로 삼아 우리집 땅을 집어먹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다. 2019년에는 도청 건설국 소속 공무원인 옆집 막내며느리가 퇴직한 지 얼마 안 된 선배라며 행정사를 데려와 어머니를 현혹하여 당시 3,600만 원가량의 토지를 시청에 기부채납 하도록 유도했고, 2020년 말에는 막내아들이 아버지를 현혹하여 송사와 관련한 나의 조치를 무력화시키려고 했다. 그러한 시도들을 내가 모두 막자 2021년 2월에는 도랑이 지나는 우리집 사유지에 내 허락도 없이 성토 작업을 하려다 나에게 들켰는데, 옆집 막내아들은 사과를 하기는커녕 도랑이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고 흙을 뒤로 물려 쌓으면 돈이 더 드니 돈을 물어내라고 개수작을 부렸다. 물론, 나는 그런 얄팍한 수작에 넘어가지 않았고 내 땅을 온전히 지켜냈으며, 측량 결과 도랑의 절반 이상은 우리집 땅이었다. 내가 경계 표시를 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하자 옆집 것들은 우리집 땅 근처에 거의 오지 않게 되었다.

옆집 막내아들의 행동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일종의 가풍이나 유전적 내력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듯하다. 막내아들의 아버지 때부터 그 집은 남의 땅을 집어먹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장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마을 주민을 겁박하여 일반 농지를 절대 농지 가격 이하로 후려쳐 산 전력이 있다. 남편이 그런 짓을 하더라도 부인은 이를 부끄러워해야 할 텐데, 부창부수라고 그의 부인도 도둑년이라 자기 남편이 땅을 싸게 사는 재주가 있다고 동네방네 자랑했다. 부부 둘 다 자기네 토지와 인접한 다른 사람의 토지가 보이면 일단 깔고 앉아 자기 땅이라고 우겼고 경계 측량을 하고서야 겨우 물러났다고 옆집 첫째 딸의 친구에게 들었다. 내가 도랑을 측량하기 전까지도 늙은 땅 도둑년은 그 땅이 자기 땅이라고 빽빽거리며 우겼다.

유전적 영향인지 그 부부의 자식들도 부모의 행동을 따라 했다. 둘째 딸은 아무 일도 아닌 것을 트집잡아 옆옆집(454-2)에 가서 소리 지르고 난리 치고 막내며느리가 공무원이라며 겁박하는 통에 옆옆집 아주머니는 남편을 붙들고 이사 가자고 운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건너집(457-3)은 막내아들의 아버지에게 속아 사유지의 일부를 시청에 기부채납했고, 약 20년 뒤 막내아들에게도 속아 그의 성토 작업을 허락하여 자신의 집이 흙에 파묻힐 지경이 되었고, 1년 뒤 다시 막내아들의 겁박(작업을 방해하려면 300만 원을 물어내라는 내용)에 넘어가 또 성토 작업을 허락하여 집이 더 위태롭게 되었다.

옆집 것들은 대를 이어 동네 주민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도 모자라, 법을 잘 지키며 선량하게 살고 있던 나에게도 시비를 걸었다. 2022년 11월에 도청 건설국에 다니는 막내며느리가 왜 길을 못 쓰게 하느냐며 다짜고짜 나에게 시비를 걸었다. 나는 나라 땅을 단 한 뼘도 침범한 적이 없다. 없는 돈을 쥐어짜서 경계 측량하여 경계 표시를 정확히 했고, 나무도 경계 안쪽으로 들여서 심었고,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협조해서 나 때문에 농사를 못 짓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씩씩거리며 발악하는 막내며느리한테 좋게 좋게 말해서 일단은 돌려보낸 뒤, 옆집 둘째 사위한테 이건 경우가 아닌 것 같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옆집에서는 나에게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막내며느리인 박◯란을 공무원 품위유지위반으로 징계해달라고 도청 감사관실에 일정한 주기로 민원을 넣었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막내며느리도 막내아들만큼이나 도둑놈 기질을 타고난 것이 분명했다. 막내며느리는 자기 시댁의 집이 한국농어촌공사 소유의 국유지와 우리집 사유지를 앞뒤로 무단점유 하는 것을 알 텐데도, 뻔뻔하게도 남의 땅 한 뼘 차지하지 않은 나에게 멀쩡한 길을 못 쓰게 만들었다며 시비를 걸었다. 도둑놈 집구석의 막내아들에게 매력을 느껴 시집온 것이니, 그 며느리도 그러한 기질이 얼마나 다분했겠는가?(실제로 막내아들은 막내며느리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막내며느리가 막내아들을 졸졸 따라다녔다고 한다.)

옆집 것들은 원래 자기만 잘 살면 남이야 죽든 뒈지든 알 바 아닌 족속들이라, 물류창고 공사로 인해 마을의 여러 집에 옹벽에 파묻힐 지경이 되든 말든 빨리 물류창고가 밀고 내려와서 자기네 땅값이나 오르기를 바라고 있었다. 물류창고 부지 성토 작업이 시작하자마자 3,500만 원을 들여 논을 성토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합법적인 권리 행사로 이를 막으니, 옆집 막내며느리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던 모양이다.

애초에 도둑놈 집구석인 데다 시집온 며느리까지 도둑년 기질이 있고, 자기보다 약해 보이면 온갖 패악질을 부리고 남에게 해 끼치는 종자들이 드글드글 모여 있는 집이 바로 옆집이라고 해보자. 옆집 것들은 나보다 수가 낮기 때문에 내가 있는 한 우리집에는 해를 못 끼치겠지만, 내가 다른 지역에서 직업을 구하면 우리집은 곧바로 위험에 처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어차피 벌어질 전쟁이라면 예방 전쟁으로 상대방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치안에 좋은 법치국가에 사는 만큼, 나는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적정 수준의 심리적 타격을 옆집 것들에게 입힐 계획을 세웠다. 옆집이 깔고 앉은 국유지를 원상복구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당으로 길이 뚫리고 집의 일부를 부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아무리 타고나기를 못돼먹었다고 하더라도 약간의 공포심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람은 공포심을 느끼면 행동을 주저하게 된다. 천성이 못돼먹은 것들은 행동을 주저하게끔 해야 한다.

당장 일을 착수하면 좋았겠지만, 해야 할 일이 내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데다 새로운 일이 계속 생겨서 그 일을 계속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지난 2023년 12월, 물류창고 업체에서 배수로를 낸다며 자기네 땅과 국유지에 흄관을 묻는 작업을 했다. 어차피 우리집 토지 근처는 오지도 못하고 성토 작업도 약간만 하다 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인근 주민들에게도 잘 설명했는데, 그래도 물류창고 공사와 자기의 살 터전이 맞물린 사람들은 공사가 재개되자 겁먹을 수밖에 없었다. 설계 도면대로 물류창고가 완공되면 현재 사는 집이 4-5미터 정도 옹벽에 파묻힐 동네 할머니로서는, 내가 성토 작업을 제대로 막지 못할까 봐 두려웠을 것이다. 그 할머니는 동네에서 돈 있고 땅 많다고 거들먹거리는 옆집 막내아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때 막내아들이 한 답변이 가관이다. 나와 어머니가 자기 부인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도청에 민원을 넣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가 못 막는 것을 옆집 막내아들 따위가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옆집 막내아들 놈이 했다는 말을 그 할머니에게서 전해 듣고, 도둑놈의 집구석을 반드시 망하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에도 계속 일이 있어 2024년 4월에야 옆집이 깔고 뭉갠 456-3(구), 457-4(구) 원상복구 조치 및 농로 개설을 요청하는 민원을 한국농어촌공사에 보냈다. 해당 조치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의 요청임을 보여주기 위해 마을 주민들의 서명도 받았다. 서명한 사람이든 서명하지 않은 사람이든 모두들 옆집 것들의 행패에 대해 성토했다. 친척 할머니는 “◯병◯가 그렇게 못되게 굴더니 결국 그 자식들 대에 와서 벌을 받게 생겼다”며 좋아했고, 어떤 집은 “서명하지는 못 하지만 열렬히 지지한다”며 나를 응원했다. 민원에 항공사진도 첨부했는데 이는 옆집이 국유지를 20년 넘게 점유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점유 기간에 따라 변상금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하여 그렇게 했다.

민원을 보내고 나서 일주일 후에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답변이 왔다. “금년도 영농기 전 기반시설점검 및 보수 등으로 빠른 답변 드리지 못한 점 양해 바라며, 현장조사 및 과거 이력 등 조사 후 불법사항에 대하여는 후속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였다.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확인해 본다는 것이었다. 민원 답변이 너무 부실했지만 곧바로 항의하지는 않았다. 영농기 전이라 일이 바쁘다고 하니 너무 재촉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민원 답변을 받은 뒤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충분히 시간이 지나고 농한기가 되면 상급 기관 보고 해당 기관을 족쳐달라고 할 명분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

그 와중에 옆집 것들이 과부 아주머니한테 시비를 걸었다. 과부 아주머니의 땅에 생활하수도 아니고 빗물만 내려가는 곳이 있는데, 옆집에서는 자기 아이 먹는 미나리에 더러운 물이 내려오게 된다며 마당에 배수로를 새로 묻고 물길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남편 없이 혼자 사는 아주머니가 삽으로 흙을 파서 배수로를 만들 수도 없고, 만들 수 있다고 한들 돈만 들어가고 자기한테는 하등 할 필요가 없는 일이어서 아주머니는 옆집의 요청에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옆집 둘째 아들이 아주머니네 마당에 들어와 물길에 돌멩이를 들이부어 물이 흐르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는 것이 남편 없는 아주머니는 만만하니 그랬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 며칠 뒤, 우리집 옆집에서 벼농사를 짓는 부부를 만났는데, 그 부부도 옆집 것들이 못됐다고 욕했다. 벼농사를 지으니 농약을 뿌릴 수밖에 없는데, 옆집에서 또 아이 타령을 하며 아이가 먹는 과일에 농약이 묻는다고 하는 등 별별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 옆집 과일나무가 논과 한참 떨어져 있는데도 그랬던 것이다. 옆집에서 과일나무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 꼬박꼬박 농약을 주는데도, 멀리 떨어진 논에 뿌리는 농약이 바람에 날아와 묻는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시간이 지나 11월이 되었다. 나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아니라 국무총리비서실로 민원을 넣었다. 어차피 민원이 이첩되어 한국농어촌공사로 가겠지만 국무총리비서실부터 찍고 이첩되는 것을 한국농어촌공사에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국무총리비서실에 보내는 민원에서 나는

- 옆집 것들이 1996년부터 국유지를 불법점유했다는 사실

- 이를 뒷받침하는 항공사진,

- 원상복구 및 농로 개설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서명

- 4월에 행정기관 네 군데에 민원을 넣었고 모두 한국농어촌공사로 이첩되었다는 것과

-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시간 나면 알아보겠다고만 하고 6개월 넘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

을 정리한 뒤, 내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국유지를 원상복구 할 수 있는지 알려주면 내가 그에 상응하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국무총리비서실에서 접수된 민원은 국토건설부와 시청을 거쳐 한국농어촌공사로 이첩되었다. 민원을 보낸 지 약 3주 만에 답변이 왔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 ◯◯면 ◯◯리 456-3, 457-4번지 구거 무단점유 신고에 따른 행정절차 이행 및 원상복구’를 요청하신 사항에 대하여, 해당 부지는 우리공사 농업생산기반시설인 ◯◯1-1호 용수지선 부지이며, 다음과 같이 답변드립니다.

가) ◯◯면 ◯◯리 456-3, 457-4번지 무단점유자들에 대한 변상금을 부과해 주십시오.

- 지난 2024.04.19.자 회신 이후 조치가 늦어진 점 사과드리며, 현재 우리공사 현장담당자로 하여금 점유자를 방문하여 자진 원상복구할 것을 계도하도록 통보하였음을 알려드리며,

- 우리공사는 농어촌정비법 제127조에 따라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사용허가를 받지 않고 농업생산기반시설을 점유하거나 사용한 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무단점용료를 징수할 수 있으나 이는 동법 제128조에 따른 조치명령과 병행 시행하여야 합니다.

나) 해당 토지에 대한 행정대집행 또는 원상복구 처분을 내려 주십시오.

- 우리공사는 농어촌정비법 제128조에 따라 직접 원상복구를 명령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 원상복구 명령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 따라서, 가)의 답변과 같이 자진 원상복구 계도를 하여도 불이행시 ①원상복구 조치명령 계고(3회 이상)하고, 이후에도 미이행시 ②화성시에 조치명령을 요청한 후 그래도 미이행 할 경우 ③고발조치 할 예정입니다.

다) 농로를 만들 때의 원래 계획대로 해당 토지에 시멘트 포장을 해 주십시오.

- 가)~나)의 조치가 완료된 이후 반영할 사항이나, 해당 토지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용수로이므로 용수로 기능회복이 우선이며, 고객님의 요구사항은 현장여건을 확인한 후 반영여부가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라) 가)~다)와 관련하여 민원인이 처리해야 할 행정절차가 있다면 어떤 절차가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 가)~다)와 관련하여 고객님께서 행하여야 할 별도의 행정절차는 없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옆집의 국유지 무단점유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민원 답변은 의미가 있다. 당장 원상복구가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한 단계씩 밟아가면 결국 원상복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당 기관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점검하고 그 다음 단계를 요청할 것이다. 두 달에 한 번 민원을 보내야 할지 세 달에 한 번 민원을 보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일단 토지 측량을 한국농어촌공사에서 하고 옆집에 해당 비용을 청구하는지, 아니면 옆집이 알아서 토지 측량을 해야 하는지, 옆집이 알아서 토지를 측량하게 한다면 측량할 때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이 출장 나와서 측량 과정을 참관하는지 등을 하나하나 모두 따질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옆집이 주택의 4분의 1 정도와 창고의 3분의 1 정도를 때려부수게 만들 것이다.

어제 민원 답변을 받고 나서 이제 옆집이 초상집 분위기가 될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다들 밝게 웃고 시끄럽게 떠들며 김장 담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아마도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이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나는 친절한 사람이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차근차근 알려줄 생각이다.

(2024.11.23.)


[경제학의 철학] Hands (2001), Ch 8 “The Economic Turn” 요약 정리 (미완성)

[ D. Wade Hands (2001), Reflection without Rules: Economic Methodology and Contemporary Science Theory (Cambridge University Press), pp.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