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에 있는 ‘죽음사’(竹陰祠)에 다녀왔다. 외가 근처에 있는 곳이어서 외가에 간 김에 들러보았다. 이름만 보면 공포 체험 장소 같지만 그런 곳은 아니고 청재 박심문의 충절을 기리는 사당이다. 박심문은 성삼문, 하위지 등과 교류하던 사이였는데 명 사신으로 다녀오는 길에 사육신의 처형 소식을 의주에서 듣고 자결했다고 한다.
죽음사까지 850미터라는 표지판을 보고 마을 입구에서 죽음사가 금방 보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위에 죄다 논밭이고 사당 같은 곳은 보이지 않았다. 동네 사람한테 길을 물어보려고 해도 날이 하도 더워서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보호수(해송)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밭에 농약을 주려고 나온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 할아버지한테 길을 물어서 죽음사를 찾아갔다. 체감상 표지판에 적힌 거리보다 훨씬 멀리 있는 것 같았는데, 네이버 지도로 거리를 계산하니 850미터가 맞았다.
죽음사는 이름만 특이하지 다른 사당보다 딱히 독특한 것은 없는 것 같았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우편함에 눈이 갔는데, 거기에 이상한 게 붙어있었다. 종중회장이 돈을 썼는지 밀양박씨 종친회에서 돈을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채권자의 연락처를 적은 종이가 붙어있었다. 채권자도 박씨인 것을 보니 아무래도 같은 종씨끼리 돈을 쓴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건물이든 건물 주변이든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 같았다. 건물이든 석물이든 비교적 최근에 세워진 것 같았고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었지만, 마루는 썩어서 일부가 무너졌고 사당 근처는 칡넝쿨이 뒤덮고 있었다.
(20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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