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결혼식에서 주례사 대신 신랑과 신부의 부모가 당부의 말 같은 것을 하는 경우가 많은가 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중 상당수는 그냥 그랬고, 몇몇은 조금 흉했다. ‘돈을 쳐들여가며 하는 결혼인데 왜 저렇게 주책을 떨어서 격조를 떨어뜨릴까?’ 싶을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내가 보았거나 내 주변 사람이 본 결혼식 중 결혼식의 격조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책을 떤 경우, 신랑 측 어머니든 신부 측 어머니든 어머니가 주로 주책을 떠는 경우가 많았다. 평생 가정주부로 살아서 억눌린 한 같은 것을 결혼식에서 푼 것이었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도 있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멀쩡히 직장 다니면서 자기 자식 결혼식에서 남편을 제치고 주책을 떨어제낀 것이었다.
오해의 여지를 두지 않기 위해 추가로 설명하자면, 여자가 나서서 흉했다는 것이 아니다. 신랑 측이든 신부 측이든 아버지가 그랬어도 ‘저 아저씨 미쳤네. 자기가 김창옥인 줄 아나?’라고 생각했을 법했는데, 공교롭게도 어머니들이 그랬다는 것이다. 김미경 같은 사람이 그랬어도 흉했을 것인데 김미경도 아니면서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말주변으로 있는 대로 주책을 떨어제끼니 보기 흉했다. 왜 아주머니들이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한 몇몇 사례를 보고 얻은 교훈은, 내가 결혼하게 된다면 웬만하면 주례를 모셔서 신랑 측이든 신부 측이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격식대로 식을 진행하게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격식이나 절차 같은 것이 생기고 유지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언제 결혼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어머니하고는 합의를 보았다.
(20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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