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3

단군신화에 대한 재해석

동료 대학원생들하고 점심식사를 하다가 마늘 구워 먹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떤 대학원생은 마늘을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해서 고기를 다 주워 먹으면 남은 마늘만 가지고도 구워 먹는다고 했고, 누가 누가 마늘을 좋아하나 이야기를 했다. 나는 고기 먹을 때 마늘을 안 익혀 먹는다고 하니, 어떤 대학원생은 잘못 알아듣고 내가 고기 없이 생마늘만 먹는 줄 알고 놀라기도 했다. 마늘이 아몬드도 아닌데 어떻게 생으로 오독오독 씹어먹겠는가? 그런데 그 대학원생은 내가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며 안 되는 법이다.

하여간, 마늘 먹는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고기 먹을 때 주로 생마늘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어떤 대학원생이 나보고 전생에 웅녀였냐고 농담을 했다. 웅녀 이야기를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는 뭐가 좋아 보여서 굳이 사람이 되겠다고 환웅을 찾아왔을까? 곰과 호랑이가 사람보다 신체 능력도 나을 것이고 고기도 많이 먹을 텐데 사람의 어떤 측면이 좋아 보였을까? 나는 동료 대학원생들에게 물었다. “이상하지 않아요? 곰과 호랑이가 왜 인간을 부러워하죠? 그것도 신석기 시대 수준의 인간을?”

나의 물음에 동양과학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이렇게 답했다. “인간을 부러워할 정도의 곰과 호랑이라는 것은 무리에서 잘 나가는 개체가 아니라 밀려난 개체일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환웅이 쑥과 마늘을 먹여가며 근성을 시험한 거죠.”

신석기 시대의 인간을 부러워할 정도의 곰과 호랑이라면 무리에서 밀려난 개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나는 왜 진작에 하지 못했을까? 내가 들은 단군신화에 대한 해석 중 제일 그럴듯한 해석이었다.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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